[주류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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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산업이 깊은 침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제주맥주가 자동차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에게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대표의 보유 주식 전부를 양도한다고 공시하면서 국내 주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사진=제주맥주 제공)
수제맥주 산업이 깊은 침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제주맥주가 자동차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에게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대표의 보유 주식 전부를 양도한다고 공시하면서 국내 주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사진=제주맥주 제공)

 

올해 국내 주류업계에 가장 큰 뉴스는 국내 수제맥주 업체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의 매각 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제주맥주는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 및 문혁기 대표의 보유 주식(14.79%) 전부와 경영권을 더블에이치엠에 양도한다고 지난 19일 공시했습니다. 양도가액은 보통주 1주당 1175원으로 총 거래 규모는 101억 5600만원입니다. 

 

제주맥주가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대표의 보유 주식 14.79% 전부와 경영권을 더블에이치엠에 양도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 캡처)
제주맥주가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대표의 보유 주식 14.79% 전부와 경영권을 더블에이치엠에 양도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 캡처)

 

더블에이치엠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업력 3년의 자동차 수리 및 부품유통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26억원, 순이익은 3억 23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정승국씨가 더블에이치엠의 최대주주로 나오고요. 제주맥주의 지난해 매출이 223억원이니 규모로만 따지면 매출액이 10분의 1에 불과한, 그것도 전혀 다른 업종의 작은 회사가 국내 수제맥주 1위 업체를 삼킨 것이죠. 

더블에이치엠이 다음달 15일 중도금 50%를 지급하면 14.79%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됩니다. 더블에이치엠의 인수 자금 출처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 규모로 봤을 때 먼저 계약금을 지불한 뒤 추후 자금 조달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 같은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대다수의 언론은 ‘수제맥주 시대의 종말’이라는 관점으로 제주맥주 관련 뉴스를 쏟아냈습니다. 실제로 수제맥주 업체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매출 비중을 차지했던 오프라인 매장 수익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줄은데다 이들이 자구책으로 의존해온 편의점 시장에선 하이볼 열풍으로 예전처럼 수제맥주를 찾는 고객들이 사라진 탓에 제주맥주도 2021년 5월 상장 이후 300억원 이상 누적 적자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래픽=박재형 기자
그래픽=박재형 기자

 

적자 폭이 불어난 제주맥주는 결국 지난해 자본총계가 납입 자본금을 밑도는 자본잠식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맥주의 자본총계는 228억원인데 자본금은 292억원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적자가 계속돼 자본전액잠식에 빠지면 제주맥주는 머지않아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탄탄한 실적 기반이 아닌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기업)’으로 기업공개를 한 제주맥주로선 더 이상 적자를 떠안을 여력이 없었을 겁니다. 주가는 상장 초기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칠 쳤고, 투자자들은 제주맥주에 ‘개미지옥’이라는 꼬리표를 붙였죠. 창업자 문혁기 대표는 어쩌면 최악의 암흑기에 지분을 모두 털어내고 제주맥주에서 탈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주맥주, 신사업으로 주가 부양할까

의아한 건 더블에이치엠의 인수 의도입니다. 수제맥주 산업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제맥주 제조 및 유통을 주력 비즈니스로 영위하는 제주맥주의 돌파구는,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현재로선 없습니다. 더블에이치엠이 예전처럼 계속 수제맥주를 만들어 팔다간 곧 상장폐지에 이르게 되겠죠. 더블에이치엠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인수 결정을 내렸을 것이고요.    

더블에이치엠이 제주맥주 경영권을 왜 샀는지, 추후 어떻게 수익을 얻을 것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공시를 살펴보면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합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더블에이치엠은 제주맥주 인수를 기반으로 신사업 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맥주가 지와이투자조합을 상대로 100억원 상당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제주맥주가 지와이투자조합을 상대로 100억원 상당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더블에이치엠의 경영권 인수를 공식화한 제주맥주는 이후  공시를 통해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상대는 지와이투자조합입니다. 쉽게 말해 지와이투자조합에게 100억원을 투자받고 944만 2871주의 신주를 준다는 내용인데요. 이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제주맥주 최대주주는 더블에이치엠(12.73%)에서 지와이투자조합(13.91%)로 바뀝니다. 경영권은 그대로 더블에이치엠이 가집니다. 

 

더블에이치엠이 일두투자조합을 상대로 2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을 발행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더블에이치엠이 일두투자조합을 상대로 2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을 발행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또 2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발행도 공시합니다. BW는 발행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지닌 사채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돈을 빌린 뒤 채권자에게 특정 시기에 정해진 금액으로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BW 발행 상대는 일두투자조합인이며 1주당 행사가액은 1295원입니다. 

 

더블에이치엠이 수옹투자조합을 상대로 2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더블에이치엠이 수옹투자조합을 상대로 2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제주맥주는 수옹투자조합을 상대로 200억원의 전환사채(CB)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행사가액은 1295원으로 같고요. CB는 회사가 돈을 빌린 뒤 현금 대신 특정 시기에 정해진 주가의 주식으로 갚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더블에이치엠이 인수한 제주맥주는 유상증자, BW, CB를 통해 앞으로 5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조달하게 됩니다. 제주맥주의 시가총액이 이날 기준 710억원인데 무려 시총의 약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고 보면 됩니다. 

 

신주인수권 1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쓰겠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신주인수권 1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쓰겠다는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그런데 이렇게 확보한 자금 가운데 1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네요. 이는 제주맥주가 곧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겠다는 뜻입니다. 수제맥주 산업 존폐 위기에서 인수 대상이 또 다른 수제맥주 업체는 당연히 아닐테고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이겠죠. 

자본시장에선 보통 유상증자, BW, CB 등을 통해 경영권 변동 없이 최대주주가 바뀌면 주가 부양을 통해 수익을 얻겠다는 신호로 봅니다. 공시에 드러난 숫자와 자본 조달 계획으로만 본다면 제주맥주도 신사업에 진출해 주가 부양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네요. 

신생 자동차 부품 업체인 더블에이치엠이 어떤 곳인지 또 유상증자, BW, CB를 통해 제주맥주에 합류한 각종 투자조합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확실한 건 이번 매각을 기점으로 향후 제주맥주는 대대적인 사업 전환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명이 바뀔 가능성도 있겠네요.

비관적 전망이 가득한 수제맥주 산업과 더불어 이번 제주맥주 매각을 통해 이제 더 이상 제주 지역을 상징하는 맥주가 ‘제주맥주’가 아닐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제주맥주 브랜드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이어질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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