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의 변증법 - 현대 사회의 야만성

Posted 2008/04/04 10:45   by 강경수, Filed under: 분류없음

IT 기술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개념과 문화들이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핑크빛일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 정체성은 과연 존재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였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계몽이란 신의 시대에서 이성의 시대로 즉, 중세 어둠의 세계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빛의 세계인 근대로 넘어가면서 인간이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계몽이 진행됨에 따라 오히려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인 상태에 들어서기보다는 새로운 종류의 야만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는데,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문화 산업의 야만성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런 문화가 자본주의의 논리와 결합되어 대다수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획일화시킨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컴퓨터 환경, 특히 PC 환경에서 이와 같은 계몽을 주도했던 것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80년대 이후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자와 사용자에 대한 자유로운 권리가 금지됐고, 동시에 IBM 호환 PC에 MS-DOS가 탑재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일반 사용자가 컴퓨터에 쉽게 접근하면서부터) 계몽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32비트와 GUI 그리고 인터넷 사용을 위한 자체 통신 기능을 내장한 윈도 운영체제의 등장과 이후 운영체제 시장에서 확대된 윈도의 독점적 지위는 그동안 진행되어 온 계몽의 화룡정점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는 새로운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통해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은밀한 형태의 야만성을 띄면서 인간을 통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신화화되어 나타나고 우리는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세뇌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개성이라는 것도 이 틀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나는 남들과 다르고 나만의 것을 찾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나만의 것일까요? 그들이 즐기는 문화가 과연 스스로 창조한 문화일까요? 아니면 온갖 매체를 통해 신화화되어 마치 그래야만 할 것 같고, 그것이 마치 나만의 것처럼 느껴지는 문화는 아닐까요?

90년대 중반 이후 윈도 운영체제가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어떤 분은 “빌 게이츠가 마련해 준 선물에 만족하다가 어느 순간 그에게 끌려 다니는 신세가 되어 버린 사용자로서 스스로 무력함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그렇다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윈도를 필적할 만한 강력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계몽의 변증법』에 나온 표현을 빌자면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자유다 너의 생명이건 재산이건 계속 네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이후 너는 우리들 사이에서 이방인이 될 것이다”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셈입니다.

컴퓨터 환경에서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이방인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무능력에 빠지거나 더 나아가 정신적인 무력증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이방인들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거나 혹은 타협점을 찾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 사회가 개인에 가하는 폭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이방인'(알베르 카뮈 작품)의 주인공 뫼르소는 살인을 했다는 것보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무덤덤했다는 사실에 더 비난을 받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존 사회의 틀에 동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는 늘 '새로운 것', '참신한 것', '기발한 것'을 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반복적인 형태에서만 가능합니다. 현대 사회의 인간이란 단지 자본주의 사회의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라는 메타 시스템 속의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바람은 문화라는 상품이 어떤 식으로 제작하여 포장하고,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워 선보여야 할 것인가? 이것이 어떤 식으로 소비되는가를 다시 분석하여 재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순환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인간을 포함한 제반의 모든 것들은 단지 수단에 불과합니다(생산의 수단이고 소비의 수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주체성'이란 끼어들 틈도 없습니다. 앞서 인용한 말처럼 이 시대의 주인은 육체를 자유롭게 놓아두는 대신 곧바로 영혼을 공략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암흑시대인 것입니다.

하버마스는 '계몽의 변증법'을 보고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책'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계몽을 빙자한 광기의 시대(나치즘, 파시즘 같은)를 '부정'과 '비판'을 통해 보여줬지만 21세기인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in Experience Elegy Project)

<사진 설명>
1965년 하이델베르크에서 막스 호르크하이머 (앞쪽 왼편), 테오도어 아도르노 (앞쪽 오른편), 위르겐 하버마스(뒷쪽 오른편) - 출처 : 위키백과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URL : http://bloter.net/tt/elegy/trackback/12

Leave a comment

소프트웨어 스택(Stack) 시대의 단상

Posted 2008/03/28 16:19   by 강경수, Filed under: 분류없음

소프트웨어 트렌드 및 전망 관련 몇몇 리포트를 보면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SW 스택(Stack) 전략입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IT 컨버전스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SW 분야에서도 점차 시스템의 복잡성을 줄이고, SW의 설치 위험과 비용을 낮추기 위해 SW 스택 전략이 거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서 말하는 스택 전략이란 운영체제에서부터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SW 전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갖추고 이들 제품간 융합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고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근래 몇 년 동안 IBM, MS, 오라클 등 대형 글로벌 SW 벤더들이 여러 SW 기업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SW 스택 전략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것일 겁니다.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SW 스택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고객 비즈니스와 최적으로 결합되는 다양한 기술요소가 화학적으로 융합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에 성능, 관리, 통합을 위한 불필요한 투자와 노력 축소되고,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시스템 통합 비용 절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영관리의 효율성 높여 궁극적으로 TCO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Best of Breed 시대

IT Convergence 시대

IT기술 제공 방식

SI기업 주도의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SW 스택을 통한 토탈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제공

기술과 비즈니스의 우선성

선택된 기술요소에 맞춰 시스템 최적성 좌우

비즈니스 목표에 맞춰 최적으로 융합된 기술요소 적용

기술 통합의 성격

기술요소의 물리적 연계통합

기술요소의 화학적 융합

고객의

신기술 적용 시점

해외에서 선적용 후 (외국계) SW벤더 통해 국내로 확산시  적용 가능

자사 비즈니스와 최적으로 결합되는 솔루션을 다양한 원천기술 기반으로 먼저구현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에 미치는 결과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경쟁업체보다 늦게 신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시장 후발자 입장에 서게 되어 시장장악 힘듦

최신 표준기술을 채택한 최적의 솔루션을 경쟁업체보다  먼저 적용해 time-to-market 실현 가능

TCO 절감 관련

별도의 높은 통합비용과 위험 감수 불구, 유지비용 지속적으로 증가

단기적으로 SW제품간 통합비용 부담 해소, 장기적으로 운영, 유지보수 비용 절감

 

아무튼 앞서 언급했듯이 SW 스택이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인 것만은 분명한데, 사실 우리네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몇몇 대형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특정 분야에서 잘 나가는 SW 기업들을 싹슬이 하다 보니 SW 기업 경쟁력의 양극화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국내 SW 산업의 현실을 살펴볼까요? 국내 SW 시장 규모는 전 세계 시장 대비 1% 불구합니다.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1/10 수준이지요. 그나마 그것도 외국계 기업의 점유율이 80% 이상입니다. 패키지 SW 경우에도 세계 100대 기업 중 국내 기업은 전무한 상황이고 연 매출이 10억 이하인 업체가 국내 SW 기업의 70%가 넘는 등 아직 국내 SW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게 사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와중에 SW 스택 전략처럼 몇몇 대형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만이 더욱 확대되는 이와 같은 흐름은 국내 SW 산업의 발전이나 국내 SW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티맥스소프트가 운영체제 기술 및 CRM, ERP 등 애플리케이션 제품들을 발표하면서 개방형 SW 스택전략을 펼친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글로벌 대형 SW 벤더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SW 스택을 갖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마케팅이나 영업 등 기타 다른 역량들은 차치하더라고 최소한의 SW 스택을 위한 기술력과 제품군을 갖춰야 글로벌 경쟁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안 그런다면 향후 도태되어 망하거나, 인수합병 당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SW 시장은 초기 선점이 어렵지만 규모의 경제 및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강해 시장 점유가 확대될 수록이 이익이 급증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국내 SW 산업의 국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다들 강조하고 있지요. 정말 SW 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단순히 위기의식만을 느껴서만 될 문제가 아니겠지요.

 

정말 향후에 IBM, 오라클, MS 3개사가 국내는 물론 전세계 SW 시장 100% 석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정말 단지 우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SAP MS IBM이 인수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말들이 나오니 말입니다.

 

몇몇 SW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하는 국내 SW 기업들이 있습니다. 물론 아쉽게도 규모가 큰 운영체제나 데이터베이스 등의 분야는 여전히 외국 업체이지만 말입니다. 꿈 같은 이야기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분야가 국내 SW 기업에서 나오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위기감이나 패배주의 같은 절망감보단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가지는 것이 더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in Experience Elegy Project)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URL : http://bloter.net/tt/elegy/trackback/11

  1. # black fat hairy pus 2008/05/24 01:41 Delete Reply

    위치에 그것을 중대한 일은 좋아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