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원준 SAP코리아 사장, “위기 돌파 해결책은 오직 혁신 뿐”
2008. 11. 20 사람들 |
삼성전자 경영혁신본부, 삼성벤처투자, i2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 i2 테크놀로지 코리아 사장, i2 테크놀로지 아태지역 총괄사장 그리고 SAP 코리아 사장.
솔루션을 도입하던 고객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판매자로, 전문 업체 수장으로 대형 ERP 업체와 경쟁하면서 자사의 강점을 부각하던 자리에서 이제는 정 반대의 처지로 친정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로.
재미난 이력의 소유자는 지난 8월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1위 업체인 SAP코리아의 형원준 사장이다. 국내 대기업 출신으로 국내 진출한 외국계 IT 업체 지사장을 맡은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와의 만남이 흥미로웠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혁신의 주인공에서 이제 혁신을 도와주는 우군으로서의 역할 변화는 형원준 사장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호시절이 아닌 위기의 시기에 고객과 만나야 하며, ERP를 기반으로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한 SAP코리아의 매출 다변화도 이끌어 내야 한다.
형원준 사장은 “국제적인 금융 위기와 이로 인한 실물 경기의 위축은 오히려 혁신을 단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라고 강조한다. ‘PI(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을 국내 유행시킨 장본인다운 말이다.
그가 다시 혁신를 외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SAP가 국내 지사를 마련하기 전에 독일로 날아가 ERP 제품을 들고 왔기 때문에 SAP와의 인연은 강산이 두번 바뀐 만큼 길다. 많은 기업들이 ERP를 도입했고, 초기 ERP를 도입했던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차세대 글로벌통합ERP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이 성장하듯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변한다. 형원준 사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는 “ERP를 도입하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고객들을 초중고대학생으로 비교를 한다면 동일한 ERP를 가지고 대학생처럼 활용하는 곳이 있고, 여전히 초등학생처럼 사용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앞서가는 대학생들에게는 그에 맞는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하고, 초등학생 수준의 고객에게는 빠른 시일 내 대학생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현재의 위기는 바로 이런 혁신을 단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혁신의 전도사 형원준 사장을 만났다.
상황이 엄청 안좋을 때 수장이 되셨습니다. 고객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요.
그동안 근무했던 직장에서 얻은 경험은 위기가 기회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내부의 체질이나 능력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고, 이는 고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좋을 때 혁신을 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대내외적으로 혁신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경우 이번 기회에 또 다른 개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내 고객들도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신기술 확보와 디자인에 대한 투자와 같은 분야 이외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프로세스의 혁신을 단행할 수 있는 호기죠. 프로세스 혁신과 경영 전반에 대한 가시성 확보,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실행력 확보를 통해 경쟁사에 비해 비교우위에 서야 합니다.
전세계가 겪는 문제라면 IMF 구제 금융 신청 당시의 우리 상황보다는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혁신하면 앞설 수 있으니까요. 할 일이 많습니다.
상당 많은 국내 고객들이 ERP를 도입하면서 PI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분야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많은 국내 고객사들은 ERP를 구축하면 그것으로 숙제를 다 했다고 생각하십니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경쟁사보다 항상 앞서 있어야 하는데 다 투자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경향이 강하죠. ERP는 기초 공사에 불과합니다. 탄탄한 기초 공사를 한 것이죠. 이제 이 기반 위에 새로운 것들을 쌓아야 합니다.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합니다. 업종별 전문 베스트프랙티스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자사의 사업에 맞게 프로세스를 구축, 운영해야 합니다.
IT 시스템은 진화합니다.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변화시켜야 합니다. 됐다고 만족하는 순간 이미 구 시대의 시스템이 되는 셈입니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 지구상의 경쟁 우위를 달성하는 기법은 모조리 조사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혁신 대명사인 도요타자동차의 제조 혁신 방식을 연구해 전자회사에 도입했습니다. 냉장고, TV, 전자레인지 등에 적용한 것이죠. 굉장히 성공했고, 매출이 늘고, 재고가 줄는 경험을 했습니다.
자사 분야의 혁신 사례는 물론 전혀 다른 산업군에서의 혁신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어떻게 우리 내부의 혁신으로 이끌어 낼지 주목해야 합니다.
환율 변동은 어떻게 되는지, 물량을 어떻게 관리할지, 관세가 떨어지는 미국 시장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제조 공장이 있는 곳이나 혹은 마련하려는 해당 국가의 인건비 변동은 어떤지 등 변수가 많습니다. 현지 부서에서 엑셀로 작업해서 본사에 보내면 이미 늦죠.
동일한 ERP를 가지고 이런 환경에 대응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안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SAP코리아가 혁신을 단행하려는 고객들에게 어떤 이점을 제공할 수 있나요?
국내 고객들은 ERP 도입 후 SCM, CRM, SRM 등 ERP 솔루션 업체가 부족했던 부분을 전문 업체를 통해 보강했습니다. 그렇지만 중심은 여전히 ERP였죠. 전문 업체들이 분명 부족한 부분을 메꿔줬지만 ‘통합’의 관점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SAP의 모든 제품들은 통합의 관점에서 개발되고 고객에게 제공됩니다.
통합성도 뛰어나고 또 외부의 기술과도 호환성을 가진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SAP가 선두에 올라서 있습니다. 물론 SAP가 1위하는 것이 고객의 현 상황과는 무관할 수 있습니다만 고객들의 또 다른 혁신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RP가 유행처럼 확산됐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초 공사에 불과합니다.
기초 공사를 한 다음 단계는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각 산업군에 맞는 특화된 프로세스가 이를 채줘야 합니다. 공통적인 프로세스가 있긴 하지만 각 고객이 활동하는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분야를 찾아 내야 합니다. 이를 유연하게 뒷받침해줘야 하는 것이 정보시스템의 역할이지요.
델과 HP가 경쟁할 때는 비교 우위 포인트는 유통 방식이었습니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면서 SCM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그 시장에 맞는 기능과 디자인을 적용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해야 하는 것이죠. 닛산이나 도요타는 신제품 출시 속도를 가지고 경쟁을 했습니다. 미국에서의 재고를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해 나가느냐의 싸움도 병행하는 것이죠. CRM도 마찬가지죠. 어려울 수록 고객들을 분석해야 합니다.
SAP는 ‘패스트스타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축해서 6주만에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프로그램을 널리 알릴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고객들과 접촉을 해야 합니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RP 시장이 포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장님도 취임 간담회에서 ERP 이외의 시장으로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히셨는데요.
ERP 위주로 성장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기존 ERP 사용 고객들의 활용도를 더욱 넓히면서 동시에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해 나가야 하는 것이죠. 포드가 1900년대 초에 T카를 양산했습니다. 상류층이 먼저 구매했습니다. 상류층이 다 샀다고 해서 자동차 산업이 흔들린 것은 아니죠. 다른 나라 상류층도 겨냥하고, 또 새로운 계층을 위한 차량도 준비한 것이죠. 냉장고 없는 가정이 거의 없죠. 그렇다고 냉장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대체수요가 있는 것이죠.
IT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초기 도입한 고객들의 혁신을 도울 수 있는 제품군들이 마련돼 있고, 이 시장은 여전히 탄탄합니다. 물론 다양한 솔루션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매출의 다변화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분야에서도 최고의 회사를 인수해서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BI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요.
히딩크 전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을 예로 들어보죠.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 유형을 보면, 뛰어난 CEO감이라고 봅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재를 등용했습니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상대에 따라서 그날의 기후에 따라서, 선수의 컨디션을 보면서 시시각각으로 작전을 바꾸고 선수들을 이끌었습니다.
대기업을 보죠. 1만 명이 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또 이런 내부 선수보다 더 많은 파트너사가 존재합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더 심하죠. 직접 보면서 작전을 지시하고 일이 진행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현재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미래 시장을 좀더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BI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스킨 스쿠버를 좀 하는데요. 물 속에 들어가보면 아주 작은 물고기들이 하나의 거대한 떼를 형성해 오다가 앞에 큰 물고기가 있을 경우 순간적으로 일시에 방향을 틀어 진로를 바꿉니다. 일사분란하죠.
기업도 수많은 난제에 직면하게 되는데요. 그 때마다 그 위기를 빠르게 돌파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이런 민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SAP코리아 내부의 혁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요?
외부에서 봤을 땐 SAP코리아가 ERP로 워낙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이고 순탄한 성장만 해 왔다고 봤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경쟁사에 있었을 때는 너무 ERP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와서 보니 ERP 이외에도 많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SCM이나 CRM 등 다양한 솔루션 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 상당히 큰 고객들도 ERP 이외의 영역에서 확보하고 있구요.
다른 SAP를 본 것이죠.
내부적으로 고객이 많다보니 구성원들의 업무 부하가 많이 걸립니다. 고객들의 요구에 부흥하기도 쉽지 않죠. 긍정적으로 보면 고객 요구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으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잘 나가는 솔루션 업체들은 약간 거만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부르면 가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혁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이 새로운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제 역할인 셈이죠.
SAP나 고객이나 파트너 모두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컨설팅 파트너와 SAP 제품 파트너, 내부 직원들이 한 단계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죠.
고객들의 혁신을 최일선에서 돕는 SAP코리아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