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T스카이라이프. 
▲ 사진=KT스카이라이프. 

KT스튜디오지니의 방송채널 사업 자회사 미디어지니를 흡수합병한 스카이라이프TV가 새도약 발판 마련에 나선다. 기업공개(IPO, 상장) 추진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1일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가 미디어지니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미디어지니의 전신은 지난해 10월 KT가 인수한 현대미디어다. 스카이라이프TV와 같은 MPP(복수채널사용자) 사업자다. 인수 직후에는 KT 산하 미디어·콘텐츠 부문 핵심 법인인 KT스튜디오지니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지만, 이번 합병 결정에 따라 스카이라이프TV로 통합됐다.

미디어지니는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다. 2021년 감사보고서 기준 총자산 208억원, 매출은 22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카이라이프TV 대비 3분의1 수준이다. 모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연매출이 7000억원 이상임을 고려하면 미디어지니의 합류가 그 자체로 연결 매출에는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상장사인 KT스카이라이프, 상장을 고려 중인 스카이라이프TV 입장에서 바라보면 미디어지니의 직·간접적인 합류 가치는 작지 않다.

▲ 스카이라이프TV의 미디어지니 합병 전후 지분구조 변화. (자료=스카이라이프TV)
▲ 스카이라이프TV의 미디어지니 합병 전후 지분구조 변화. (자료=스카이라이프TV)

대형 MPP 된 스카이라이프TV, 채널가치·IPO 가능성 상승
먼저 같은 사업군의 미디어지니를 흡수합병한 스카이라이프TV는 자연스럽게 '볼트온 효과'를 얻게 된다. 볼트온은 비슷한 업종의 회사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일 때 택하는 전략이다. 스카이라이프TV는 기존에 7개의 방송채널, 미디어지니는 5개의 채널을 보유한 MPP 사업자였다. 스카이라이프TV는 이번에 미디어지니를 흡수하면서 공식적으로 12개의 채널을 단독 보유한 MPP가 된다. 이는 채널 수 기준 국내 MPP 중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CJ ENM으로 15개 채널을 갖고있다. 

MPP 사업자는 채널이 곧 자산이다. 채널 수가 많을수록 사업 선택지도 늘어난다. 스카이라이프TV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선제적으로 양사 채널에 대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논의 중이다. 양사는 합병 이전에도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의 주요 채널 4개를 선별해 출범한 'ENA' 브랜드 채널에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크게 흥행하며 채널 인지도와 광고수익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우영우 종영 이후에는 후속드라마 '굿잡'이 방송 4회 만에 전국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르며 ENA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직후에도 ENA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요 프로그램들. (자료=스카이라이프TV 홈페이지 갈무리)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직후에도 ENA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요 프로그램들. (자료=스카이라이프TV 홈페이지 갈무리)

합병 후 관건은 ENA 외 남은 채널들의 가치 제고다. 앞서 CJ ENM이 tvN 채널 브랜드화 성공 후 다양한 패밀리 채널을 연착륙시킨 사례가 좋은 예다. 스카이라이프도 이번 합병 이후 기존에 자사가 보유한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의 방영 루트와 광고 영역을 보다 공격적으로 넓힐 예정이다. 이는 곧 각 채널의 가치 상승과 광고수입 확대로 이어진다.

스카이라이프TV는 올해 2분기 '우영우' 인기를 바탕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인 153억원의 광고수익을 기록했다. 미디어지니도 지난해 전년 대비 약 30%의 광고매출 향상을 기록하며 해당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TV는 ENA 브랜드 가치를 2025년까지 1조원 수준으로 높이고 채널 수입을 극대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더불어 미디어지니가 스카이라이프TV에 통합되면서 KT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벨류체인 지원 성과도 오롯이 스카이라이프TV의 몫이 된다. KT는 2021년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약 2000억원 이상을 출자했다. 스튜디오지니는 KT 미디어 부문 중간지주사 역할로서 2025년까지 1000개 이상의 IP를 확보, 그룹 내 자회사들을 통해 유통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 이후에도 스튜디오지니는 KT스카이라이프의 지분 37.3%를 보유한다. 양대 주주는 긴밀한 협력을 통한 스카이라이프TV 지원을 약속했다. 

이처럼 주력인 MPP, 콘텐츠 사업에서 복합적 성장 기반을 확보한 스카이라이프TV는 2023년 이후로 전망되는 IPO 추진에도 힘을 싣게 됐다. KT스카이라이프는 올해 3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스카이라이프TV의 향후 증시 상장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영업 △재무상황 △기술력 △성장성 등 기업 경영의 계속성이 중요한 심사 근거로 평가되는 상장 과정에서 미디어지니의 합류는 '한 지붕 두 가족'인 시절보다 스카이라이프TV에 안정적이고 투명한 기업가치 판단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자회사 성장=KT스카이라이프 체질변화·재평가로 연결
스카이라이프TV의 성장, 상장은 모회사의 시장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KT스카이라이프는 국내 위성방송 독점 사업자로서 안정적인 수입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최근 신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는 IPT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위성방송, 케이블TV 시장에선 가입자 유지와 신규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케이블TV 사업자 현대HCN 인수 효과로 재무제표상 매출,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그러나 통신업계 특성상 매년 가시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KT스카이라이프는 우선 TV, 인터넷, 알뜰폰 등을 결합한 TPS 상품 중심으로 가입자 지키기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따른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의 콘텐츠 사업 성장세는 KT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기회다. 현재 전세계 콘텐츠 시장은 대형 OTT, 다양한 국내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지만 후발 주자에게도 기회는 있다. 플랫폼 자체의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경쟁 구도를 뒤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영우'와 '굿잡'의 연이은 성공 또한 그 예로 들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도 올해 1~2분기 실적 발표에서 콘텐츠 사업의 성장성과 투자 확대를 적극 강조하고 있다. 제2의 우영우를 발굴하고 '종합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으로 회사를 변모하겠단 의지다. 모회사 KT도 이미 이통 사업의 한계를 딛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체질 전환을 시도 중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스카이라이프TV의 성장이 미래를 대비한 변화를 앞두고 주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도 이번 합병에 기대감을 보였다. 올여름 '우영우'의 흥행으로 연중 최고치를 달성했던 KT스카이라이프 주가는 우영우 종영 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1일 미디어지니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2일 오후 5시 기준 전일 대비 약 6% 상승한 8800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스카이라이프TV가 추후 상장에 성공할 경우에도 대주주인 KT스카이라이프의 기업가치는 또 한차례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합병을 두고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합병법인의 대주주로서 스카이라이프TV에 지속적인 투자 및 그룹 내 콘텐츠 유통의 핵심 축으로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며 "중장기 성장 전략에 맞춰 인공지능(AI), IT를 활용한 콘텐츠 후반 제작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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