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 공장.(사진=한국타이어)
▲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 공장.(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2조1000억원 규모의 미국 공장 증설 프로젝트에 나서면서 투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증설은 2017년 준공 후 6년 만에 처음 진행된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내부 자금으로만 충당하지 않고 차입 등을 활용할 전망이다.

2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테네시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이번 증설은 테네시공장을 2단계에 걸쳐 고도화하는 내용이다.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 생산능력을 현행 550만개 수준에서 1100만개로 확대한다. 이후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 생산설비를 건설한다. 타이어는 인치가 높을수록 수익성이 우수하다. 이번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확대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하반기부터 증설을 시작해 2026년 상반기까지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4년 동안 연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투자 프로젝트이다.

증설로 인해 한국타이어의 재무적 부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타이어의 현금성 자산은 1조9416억원에 달한다. 유동비율은 212%에 달해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상황이다.

현금성자산 등 자기 자본만으로 테네시공장을 증설할 여력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투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매해 설비 보수 등 자산의 성능을 높이는 자본적지출(CAPEX)에 약 7500억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900억원을 투자했는데, 올해 투자금을 1600억원 늘렸다.

이미 자본적지출로 적잖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설에 필요한 투자금 2조원을 조달하려면 총 3가지 옵션이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앤컴퍼니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받거나 은행 등에서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한국앤컴퍼니는 축전지를 제조하는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테슬라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지만, 유상증자를 할 여력은 없다. 올해 2분기 한국앤컴퍼니의 현금성자산은 1287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에 증자할 정도로 재무적 여력은 없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은행에서 투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조6109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920억원으로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무차입 경영 상태다. 단기차입금은 4554억원이며 상환기간이 1년 미만이 유동성 차입금은 1조3722억원을 기록했다. 비유동 차입금인 장기차입금은 294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타이어는 재무구조가 매우 우량한 만큼 추가 차입에 대한 부담은 적다.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240억원이며, 이자수익을 제외하면 실제 이자비용은 약 130억원에 그친다.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 규모를 볼 때 차입에 대한 부담은 매우 낮다. 단기차입금의 금리는 1.9~2.8% 수준으로 시중금리보다 낮다.

2조원에 달하는 투자금 중 1조원만 은행에서 조달해도 연간 이자비용은 300억원 수준이다. 향후 미국 공장이 창출할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면 매우 합리적인 투자인 셈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2분기 기준 한국타이어의 연결 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5조5094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해 1조1657억원 늘었다. 배당도 투자도 하지 않고 쌓은 돈만 5조원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미처분 이익잉여금 처분에는 제한이 있다. 대표이사의 급여 또는 상여금, 퇴직금으로 처리하거나 특허권 등 무형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편입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한 뒤 배당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기업에 재투자가 가능하며 자본금 증가와 주가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재무구조가 매우 우량하며,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미국 공장 증설에 따른 재무적 부담없이 증설이 가능하다.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 평균 가동률은 각각 86.8%, 86.5%이다. 미국 공장 생산량은 2배 이상 확대되는 만큼 증설 후 시장 공략 및 재고 처리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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