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서도 무료 접종이 종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내년까지 무료 접종은 그대로 진행되지만, 2024년부터는 ‘제한적 무료 접종’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공개한 내년도 예산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도 코로나19 백신도입비는 올해보다 1조8835억원 줄어든 7167억원이다. 접종시행비도 1506억원이 책정됐다. 약 1657만명 정도가 접종할 수 있는 비용이다.

금액 자체도 줄었지만, 향후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미 미국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사진 왼쪽)은 지난 7월 18일 세종시 내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마쳤다. (사진=보건복지부)
▲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사진 왼쪽)은 지난 7월 18일 세종시 내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마쳤다. (사진=보건복지부)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 관련 제약사를 한 자리에 모아 대책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유료화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였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재정 지출이 늘어나자 코로나를 감기처럼 지역 풍토병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출구 전략을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전략은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 또한 구미가 당길 수 있는 전략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구입비와 접종시행비 등을 이유로 내년 예산으로 책정한 비용은 총 9318억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비용으로 내년에 책정된 3843억원의 예산을 더하면 정부는 내년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공급에 1조3161억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도 본예산으로 639조원을 책정했는데, 본예산의 0.2%를 내년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공급에 쓰겠다는 의미다. 이 비용을 민간 부담이나 건강보험으로 돌리면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

문제는 ‘누가 먼저 정책 입안을 시작하느냐’와 ‘어떤 방식으로 유료화할 것이냐’다. 무료로 제공되던 복지서비스를 유료화하면 국민적 반발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오는 2024년 총선이 예정돼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한다면, 여야 모두 백신 유료화 정책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 입장에서도 긴축을 목표로 한다 하더라도 섣불리 내세우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를 계절 풍토병이라고 인식한다는 대전제 하에 가능한 전략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백신을 어느 수준까지 유료화할 것인가도 정부의 고민 중 하나다. 당장 나올 수 있는 방안은 ‘선별적인 무료 접종’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 예방접종사업과 비슷한 사업 방식으로, 고령층과 영유아, 취약계층에겐 무료 접종을 제공하지만 그 외 연령대는 유료로 접종하는 방식이다.

다만 여러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변종 발생이 빈번하고 계절 접종이 아닌 점, 다른 백신들보다 백신 면역원성 유지 기간이 짧은 점 등으로 인해 적정한 접종 물량과 무료 접종 대상군을 선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인부담을 강화하기 위해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내서는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험군은 정부가 지원하고, 그 외 계층은 부분 유료화하는 방안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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