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Insurance)은 어렵습니다. IT(정보기술)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줍니다. 따라서 IT와 보험의 결합은 필연적입니다. 생로병사와 직결된 금융상품인 보험이 혁신한다면, 사람의 삶도 달라질 것입니다. 디지털 보험사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최근 SK텔레콤은 하나금융그룹과 4000억대 지분을 맞교환하고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발굴하기로 했다. 그러나 디지털 보험 사업만큼은 이 같은 혈맹관계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측은 협력 시너지 측면에서 하나손해보험보다 캐롯손해보험을 더 주목하고 있다.

14일 하나손보 관계자는 <블로터>에 "SK텔레콤과의 협력은 현재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대외적으로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측으로선 굳이 하나손보와의 협력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미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캐롯손보는 지분 60.44%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손보가 최대주주고 그 다음 대주주가 SK텔레콤(10.68%)이다.

▲ 캐롯손해보험 모델 신민아가 '퍼마일자동차보험'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캐롯손해보험)
▲ 캐롯손해보험 모델 신민아가 '퍼마일자동차보험'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캐롯손해보험)

정통 ICT 기업 SKT, 여러모로 캐롯손보와 잘 맞는 'DNA'
캐롯손보 임원진에도 SK텔레콤 출신이 포진해있다. SK텔레콤 데이터기술원에서 데이터분석을 담당했던 한용희 디지털혁신본부장, SK텔레콤 H-TF리더였던 박용준 캐롯손해보험 제휴BM개발본부장 등이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이사는 비상무임원으로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SK텔레콤 모빌리티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이 중 한 본부장은 탄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캐롯손해보험의 주요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핵심 기술 캐롯플러그 운영체계를 개발한 바 있다. 하나손보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하나손보는 자동차보험 중심의 소형 손보사인 더케이손해보험이 전신으로, 2020년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뒤 사명을 바꿔 현재에 이른다.

하나금융은 보험업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1분기 51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 1분기 69억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생명보험업 자회사인 하나생명도 마찬가지로 실적 하향세를 겪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역시 올 1분기 1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124억원) 대비 적자폭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의 '방향성'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캐롯손해보험이 거수한 원수보험료(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는 올 1분기 639억원으로 전년 동기(263억원) 대비 143%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하나손해보험은 1334억원에서 1452억원으로 8.8% 늘어난 수준이었다.

캐롯손보의 적자는 영업비용이 지난해 말 485억원에서 올 1분기 1072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면서다. 이 기간 지급보험금이 294억원, 재보험비용 220억원, 사업비가 86억원씩 늘었다. 이는 보험 가입고객의 증가에 따른다. 캐롯손보 퍼마일자동차보험의 누적 가입자 수는 올 5월 60만건을 돌파한 후 지난달 70만건을 돌파했다.

이런 데이터를 종합하면 캐롯손보는 '성장형 적자' 성격이 뚜렷한 반면 하나손보는 부진에 따른 적자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캐롯손보의 임직원은 2020년 186명에서 2021년 295명으로 늘어난 반면, 하나손보는 714명에서 693명으로 역진했다. 캐롯손보는 직원 중 절반 수준을 IT 인력으로 채우면서 디지털 손보사로서 성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 캐롯손해보험 조직도. 상당 부서가 디지털과 직결돼 있다.(자료=캐롯손해보험)
▲ 캐롯손해보험 조직도. 상당 부서가 디지털과 직결돼 있다.(자료=캐롯손해보험)

캐롯손보와 티맵의 시너지 창출,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 역할 '주목'
캐롯손보의 우려점은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은 이른바 손보사 '빅4'(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 이외의 중소형 손보사에는 적자상품으로 여겨진다. 캐롯손보도 마찬가지다.

이에 캐롯손보는 출범 후 자본잠식(적자 때문에 기업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자본금은 2000억원이었으나 결손금이 1122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캐롯손보 대주주인 한화손보도 영업성과가 부진해 지원 여력이 낮아지고 있단 점이다. 한화손보의 올 1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68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이에 백기사로 나선 게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펄마캐피탈이다. 캐롯손보는 어펄마캐피탈과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어펄마캐피탈이 1500억원을 투자하는 리드투자자다. 기존 주주인 한화손보, SK텔레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나머지 1500억원을 채울 전망이다.

어펄마캐피탈은 SK텔레콤과 캐롯손보의 협력을 빠르게 촉진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단시간에 수익성을 개선해 매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투자 특성이기 때문이다. 어펄마캐피탈은 지난해 SK텔레콤의 티맵모빌리티 소수지분 매각에 참여해 200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13.99%를 확보했다. SK텔레콤은 유치한 투자금을 티맵모빌리티의 밸류업을 위해 활용하기로 했다. 또 티맵모빌리티는 캐롯손보의 지분 5.34%를 보유하고 있다. 

▲ 티맵 사용자들이 안심대리, 킥보드, 대리운전,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사진=티맵모빌리티)
▲ 티맵 사용자들이 안심대리, 킥보드, 대리운전,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사진=티맵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는 2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쏟아내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해 운전 습관 연계(UBI) 보험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는 캐롯손보의 상품에 호환성 높게 스며들 수 있는 구조다. 고객 측면에선 이용한 만큼만 부담하는 '시간적 이익'에 더해 운전습관까지 결합해 보험상품에서 더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또 캐롯손보 측으로서도 대리기사 등 B2B(기업대기업) 대상으로도 상품 판매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로터>에 "어펄마캐피탈은 모빌리티 산업 관련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티맵과 연결해 UBI 상품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을 고도화함으로써 고객 유입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이고, 장기보험까지 업셀링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출시한 '직장인 생활건강보험'이 장기보험의 첨병이다. 이 상품은 독감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치료 및 응급실 진료에 대한 보장을 기본 계약으로 하면서, 직장인의 주요 생활질환을 세 가지 모듈로 구분해 추가 가입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블로터>에 "내부적으로는 건강보험을 처음 출시한 것 치고는 초반 판매 속도는 괜찮다는 분위기"라며 "수천건정도는 아니지만 괜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모빌리티 산업을 바꿔 나간다는 개념을 크게 가져가고 있다. 캐롯 고객이 아니더라도 안전운전만 하면 포인트를 주고 있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며 "안전운전을 하면 고객의 사고율도 줄어들고 저희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손해율 감소도 기대할 수 있어 순환 사이클로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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