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이 등장한 건 꽤 오래전부터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채용 이유는 단순했다. 자동화를 통한 효율 개선, 인건비 절감이 목표였다. 

첫 적용 사례는 미국 자동차 제조 업체 제너럴 모터스(GM)다. GM은 1961년 뉴저지 공장 생산라인에 로봇 팔 '유니메이트(Unimate)'를 배치했다. 수많은 사례가 이어졌다. 국내 제조업들도 로봇 활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산업용 로봇과 달리 서비스 로봇 개발은 더뎠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은 '돈 안되는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을 이끌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도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배달서비스실 실장은 "2017~2018년만 해도 서비스 로봇을 만든다고 하면 '이거 왜 하냐', '돈 안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국내에서는 협업할 제조사를 찾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한다. 

어려움 끝에 내놓은 게 서빙 로봇 '딜리, 딜리플레이트'다. 이후 층간 이동 로봇, 실외 이동 로봇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올해부터는 서울 무역센터와 테헤란로 일대, 인천공항 등에서도 우아한형제들 로봇들을 볼 수 있다. 

지난 8일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배달서비스실 실장을 만나 '배달 로봇'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전략투자부문 로봇배달서비스실 실장. (사진=우아한형제들)
▲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전략투자부문 로봇배달서비스실 실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 김봉진 의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앞으로 세상은 로봇도 배달에 동참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미래와 경쟁하자'는 캐치프라이즈로 배달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 이름은 로봇사업추진단이었다. 인원도 2명뿐이었다. 그러다 제가 합류하게 된 2018년부터 로봇틱스셀로 팀명이 바뀌었고, 8명 정도 규모로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커졌다. 현재는 직원 40명 정도가 개발과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주력 사업은 배달 서비스다. 로봇 개발도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을 것 같다.

우리는 로봇 제조사가 아니다. 플랫폼을 제공하고 서비스하는 회사다. 초기에는 로봇을 자체 개발·제조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비스 구축에 집중했다. 제조사들과 협력해 로봇 하드웨어는 파트너들로부터 공급받고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하는 형태였다. 초기만 하더라도 파트너를 구하는 게 힘들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을 찾아갔지만 서비스 로봇이 상용화되는 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돈 안된다, 위험하다는 말도 들었다. 다들 만류했고 어쩔 수 없이 해외 협력사로 눈을 돌렸다. 

기존 로봇 제조사들은 '제조-판매'가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우리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고객사 수준을 맞추는 게 아니고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 이를 기술이나 디자인 등 다른 요소로 풀어야 한다.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서빙 로봇→층간 이동 로봇→실외 이동 로봇→실내·외 이동 로봇 순서로 개발됐다. 처음부터 최종 목표는 정해져 있었나. 

첫 시작부터 실내·외 로봇을 고려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푸드 딜리버리 회사다. 실내, 실외를 구분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 고객이 주문한 곳이면 어디든 가야 한다. 다만 2017~2018년만 하더라도 기술력이 고도화된 상태는 아니었다. 실내부터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실내와 실외에 필요한 기술력 차이는 상당히 크다. 보통 실내는 벽이 있다. 2D 센서로 현장을 살펴보면서 벽, 지형물 특징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로봇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외는 다르다. 운동장처럼 넓게 트여있는 공간에서 위치를 잃기도 한다. 사람이 사막에 서있을 때 길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문에 실외에서는 실내보다 고도화된 기술력이 요구된다. 고스펙 카메라, 스캔 장비를 쓸 수밖에 없다. 실내와 달리 바닥에 돌도 있고, 높은 턱도 있다. 날씨도 고려해야 한다. 방지, 방수, 방열이 모두 가능해야 하고 거친 환경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 층간 이동 로봇 딜리타워. 1층 로비에서 음식을 받아 고객 집 앞까지 음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 층간 이동 로봇 딜리타워. 1층 로비에서 음식을 받아 고객 집 앞까지 음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실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 중 하나는 '아이들'일 것 같다. 실증 단계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처음 로봇을 개발한다고 주변에 말했을 때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이다. 아이들 때문에 배달 안될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광교 앨리웨이(아파트)에서 딜리드라이브(실외 이동)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실제 아이들이 가로막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조금 다행인 점은 아이들이 로봇에 관심을 갖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배달 지연으로 이어질 만큼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또 아파트 단지에 있는 아이들은 이 로봇이 본인 아파트 안에만 있다 보니, 친구처럼 여기는 것 같다. 로봇에 우호적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어찌 됐건 배달 품질에 영향을 줄 만큼의 방해는 없다. 현재 광교 앨리웨이에서는 D2D(Door to Door) 기준 25분 안에 배달하고 있다.

-로봇 배달 본격화 시 '일자리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로봇은 라이더와 비교해 많이 느리다. 실외 로봇 스펙은 시속 10km/h인데, 인도에서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평균 시속 3.5km/h를 지키고 있다. 성인 기준 조금 빨리 걷는 정도다. 이 정도 속도를 유지해야 같이 걸어 다니는 분들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속도를 높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법적 문제로 공공 도로로 나가지 못하는 점도 로봇이 라이더와 비교해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분들이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냐고 묻는데, 직접 개발한 제 생각은 현재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라이더(배달원)를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보는 게 맞다. 예를 들어 라이더가 아파트 정문까지 음식을 배달해 오면 배달 로봇이 이를 고객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형태다. 라이더 입장에선 움직이는 시간을 줄여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할 수 있다. 

-로봇을 개발하면서 어렵거나 아쉬움이 남았던 점을 3가지 키워드로 꼽아본다면.

첫째는 규제다. 그래도 정부가 의지를 갖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또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아닌 '차'로 분류된다. 이에 보도 통행이 제한된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실증특례를 받아 제한된 지역에서 실증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현장 요원의 상시 동행이 필수인 상태다.

두 번째는 환경 요소다. 우리가 사는 공간의 환경은 당연히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로봇을 고려한 인프라는 없다. 다만 퍼스널 모빌리티가 일상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인도나 보도를 설계할 때도 앞으로는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은 기술이다. 환경적(인프라)으로 잘 돼 있으면 아주 특별한 기술 없이도 일상에 투입될 수 있는데, 부족한 인프라를 기술로 풀다 보니 기술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그래도 우아한형제들 배달 로봇이 다양한 실증 사례에 참여할 수 있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저희를 찾아주시는 건 로봇뿐 아니라 고객 접점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만의 강점을 좋게 평가했다고 여기고 있다. 기존 로봇 제조사들이 줄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 경험을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로봇이 일상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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