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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에 극심한 물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뭄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식수는 물론 산업계에 쓰이는 물도 말라버렸습니다. 심지어 농사에 쓰일 물을 모두 반도체 공장에 붓고 있다고 하죠.

물 부족 문제가 대두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수 담수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무한한 바닷물을 담수화하면 물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죠. 해수 담수화 기술은 인류의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할까요?

▲ (디자인=박수혁)
▲ (디자인=박수혁)

‘해수 담수화’는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술입니다.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담수만 하루 1억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시장 규모도 40조원에 육박하죠. 바닷물 속 염분의 농도는 3.5%입니다. 여기에 나트륨과 황, 마그네슘 등 각종 무기물이 들어가죠. 물을 쓰기 위해선 소금과 무기물을 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해수는 어떻게 담수화할까요?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인류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던 방식이죠. 기원전 320년 ‘소금물을 증발한 뒤 응결시킨 물은 더이상 소금물이 아니다’라고 적힌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록이 있습니다.

▲ 물을 증발시키면 담수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기원전부터 보편화된 사고였다. 사진은 아리스토텔레스.(사진=위키피디아 갈무리)
▲ 물을 증발시키면 담수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기원전부터 보편화된 사고였다. 사진은 아리스토텔레스.(사진=위키피디아 갈무리)

증발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다단증발법, 그리고 다중효용 증발법인데요. 두 방식 모두 증발시킨 물을 응축해 이물질을 빼는 방법입니다. 다단증발법이 대형 플랜트에 적합하다면, 다중효용 증발법은 중소형에도 적용할 수 있죠.

현대적 의미의 해수 담수화는 1960년 도입됩니다. 쿠웨이트에 지은 일 4550톤 규모의 담수화시설이 처음이었죠.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증발법은 1970년대 이후 담수화 시장의 주류가 됩니다.

▲ 증발법의 기본 원리.(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 증발법의 기본 원리.(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근데 증발법은 다소 구식으로 분류됩니다. 분리막을 활용한 멤브레인 방식의 해수 담수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역삼투압 방식이라고도 부릅니다.

과거 과학 시간에 배웠던 삼투압 방식을 생각해봅시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반투막을 두고 양쪽에 담수와 바닷물을 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바닷물 쪽이 올라옵니다. 양쪽의 염분 농도를 맞추기 위해 담수가 바닷물로 흘러가는 거죠. 역삼투압 방식은 여기서 바닷물 쪽에 강한 압력을 가합니다. 바닷물이 막을 통과하면서 염분이 걸러지는 방식이죠.

▲ 역삼투압법의 원리.(사진=roplant.or.kr)
▲ 역삼투압법의 원리.(사진=roplant.or.kr)

막여과법이 증발법에 비해 갖는 이점은 뭘까요? 해수로부터 1톤의 담수를 생산하는 데 증발법은 18~23kWh의 전력을 씁니다. 반면 역삼투압법은 4kWh밖에 쓰지 않죠. 에너지 소모가 월등히 적습니다. 역삼투압 방식이 오늘날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주류가 되는 이유입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장기적인 물 부족 현상은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일까요? 거칠게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지구 상 자연계의 물은 사실상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많고, 때문에 필요한 만큼 플랜트를 지으면 되는 것이죠. 물론 이런 식으로 물을 만드는 데는 돈이 많이 들고, 또 향후 전 지구적으로 물 부족이 고착화된다면 인류의 생존 자체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사고방식은 아닙니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또한 산업계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단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산업계에서 물을 가장 많이 쓰는 대표적 부품인 반도체의 제조 과정에서는 불순물 제로의 ‘초순수’가 쓰이는데요. 현 해수 담수화 기술로 이 정도의 물을 만드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를 만드는 산업이라면 플랜트를 지어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이득일 수 있는 것이죠.

▲ 삼성전자는 공정 과정에서 쓰인 물을 멤브레인 방식으로 자체 정화해 재사용하거나 방출하는 장비를 활용해 2019년 화성사업장에서만 약 104만 톤의 용수를 절감했다고 한다.(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공정 과정에서 쓰인 물을 멤브레인 방식으로 자체 정화해 재사용하거나 방출하는 장비를 활용해 2019년 화성사업장에서만 약 104만 톤의 용수를 절감했다고 한다.(사진=삼성전자)
 
다만 해수를 담수화해서 산업에 쓰는 건 꽤나 먼 일이 될 듯합니다. 우리나라는 워낙 물이 많기도 하고, 또 공업용수에 비해 담수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죠. 울산 기장군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기장 담수화 플랜트는 매일 4만5000톤의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는 시설인데요. 만들어 진지 7년째 가동도 안 하는 상태라 합니다. 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선 최소 하루 3만6000톤은 만들어져야 하는데, 수요조사 결과 필요한 양이 2만2000톤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산업용수에 비해 담수 생산 단가는 더 비싸고, 여기에 별도의 물 공급 관까지 설치해야 하니 돈이 더 드니 수요가 부족했던 것이죠.

그렇다고 담수화 기술을 무작정 비효율적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물이 부족한 중동지역에 1900년대 후반부터 담수가 사람들의 주된 식수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는 장기적으로 물 부족 사태를 예고하고 있죠.

▲ 대한민국 인구 총 급수량은 2019년 기준 66억6600만 톤에 달한다. 1인당 일평균 295리터를 쓰는 꼴이다. (자료 환경부 '상수도통계', e-나라지표 '국가지표체계')
▲ 대한민국 인구 총 급수량은 2019년 기준 66억6600만 톤에 달한다. 1인당 일평균 295리터를 쓰는 꼴이다. (자료 환경부 '상수도통계', e-나라지표 '국가지표체계')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2019년 기준 한국에서 상수도로 공급된 총 급수량만 연간 66억 톤에 달하고요. 여기에 산업계에서 쓰는 것까지 합치면 천문학적 숫자로 넘어갑니다. 향후 수자원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면, 장기적으로 식수 부족 사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중장기적으로 인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인 건 맞습니다. 현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보편적으론 안 쓰이고 있지만, 대만과 같은 물 부족 사태가 언제든 닥칠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 두 곳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언젠가 담수화 플랜트를 곳곳에 짓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보단 지구를 지속 가능한 거주가 가능한 환경이 되도록 인류가 노력해야 합니다. 당장 우리 세대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먼 미래 세대에서 물이 부족한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물과 생명체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화성처럼 말이죠.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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