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현대차가 2018년 출시한 수소차 넥쏘 1세대.(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가 2018년 출시한 수소차 넥쏘 1세대.(사진=현대자동차)

수소차 시장에서 압도적 1위였던 현대자동차가 '왕좌'를 토요타에 넘겼습니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가 4일 발표한 '1분기 수소차 판매대수'에 따르면 토요타는 올해 1분기 전세계에서 2000대의 수소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1800대를 판매했습니다. 양사의 전 세계 수소차 시장 점유율은 토요타가 49.0%, 현대차가 44.6%였습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의 넥쏘(Nexo)와 토요타의 미라이(Mirai)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인기차종끼리 판매 1위를 두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일반적인 모습이죠. 그런데 수소차 시장은 지난해까지 현대차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습니다.

▲ 현대차 및 토요타의 수소차 점유율 추이.(자료=SNE 리서치)
▲ 현대차 및 토요타의 수소차 점유율 추이.(자료=SNE 리서치)

지난해 1분기 전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65.1%, 토요타는 15.1%였죠.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무려 50% 포인트였습니다. 지난해 현대차는 한 해 동안 6500대의 수소차를 판매했고, 토요타는 1600대를 판매했습니다. 현대차의 점유율은 69.0%, 토요타는 17.0%였습니다. 3위인 혼다는 2.5%였습니다.

점유율 기준 2위부터 5위까지의 업체를 모두 합해도 현대차 점유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토요타 △혼다 △지리 △우롱의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23.0%, 현대차는 59.0%입니다.

현대차는 2018년 넥쏘를 출시한 이후 전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줄곧 1위였습니다. 토요타는 2014년 미라이 1세대를 출시했는데, 차체 소음 문제로 소비자들은 넥쏘를 선택했죠. 미라이 1세대는 판매 1만대를 달성하는데 6년여가 걸렸는데, 현대차 넥쏘는 2년 만에 1만대를 판매했습니다.

▲ 토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수소차 미라이(Mirai) 2세대.(사진=토요타)
▲ 토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수소차 미라이(Mirai) 2세대.(사진=토요타)

그런데 토요타가 지난해 말 미라이 2세대를 출시하면서 수소차 시장의 '왕좌'를 탈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라이 2세대는 1세대와 비교해 주행거리가 30% 늘어나 85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수소 탑재 용량도 20% 늘었고, 연료 효율도 10% 가량 개선됐습니다. 미라이 1세대가 토요타의 프리우스를 닮았다면, 2세대 모델은 프리미엄 세단인 렉서스를 닮았다고 합니다.

토요타가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역전한 건 일시적인 신차 효과 때문일까요. 아니면 수소차 시장의 '패권'이 현대차에서 토요타로 넘어간 걸까요.

신차 효과란 신규 모델을 출시하면 자동차 회사의 매출액이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차 효과 관점에서 보면 토요타는 미라이 2세대 출시로 인해 '반짝 효과'를 누린 후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다시 좁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수소차 시장에서 장기간 존재감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는 2023년 넥쏘 2세대를 출시할 계획인데요. SNS 리서치는 "현대차는 2023년 넥쏘 2세대 신모델 출시 이전까지 당분간 토요타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것"이라며 "현대차가 어떠한 대응 전략을 내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대차는 2018년 넥쏘를 출시한 이후 수소차와 관련한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전기차와 관련한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2019년 10월 '현대차 EV 전략 방향성'을 발표했고, 이듬해 10월 현대차 '2025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EV 전략'을 발표했죠. 3차례에 걸쳐 미래차와 관련한 계획과 전략을 발표했는데, 수소차는 빠졌습니다.

▲ 현대차가 2019년 발표한 'EV 전략 방향성'. 수소차와 관련한 전략은 판매대수 목표가 담겼다.(자료=현대자동차)
▲ 현대차가 2019년 발표한 'EV 전략 방향성'. 수소차와 관련한 전략은 판매대수 목표가 담겼다.(자료=현대자동차)

지난해 현대차는 2025년까지 103만대의 친환경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는 56만대를,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는 각각 36만대, 11만대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현대차는 최근 'EV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까지 전기차는 8개차종을 출시하고 2025년까지 최소 12종류의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소차는 2023년 넥쏘 2세대를 출시하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습니다.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트럭도 2023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조차도 확정된 일정은 아닙니다.

이를 두고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이 수소차(FCEV)에서 전기차(EV)로 이동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는 절반은 맞는 얘기로 보입니다. 일부 수소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수소차는 여전히 먼 미래에 상용화 될 제품으로 분류됩니다.

아직껏 수소를 충전할 인프라는 부족하고, 수소는 화석연료에 의존해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소차는 사용 후 물만 배출해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수소차를 구동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소 에너지는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죠. 수소차의 친환경성을 높이려면 수소 에너지 또한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그린수소(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수소에너지)를 상용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소에너지원이 자동차가 아닌 트램과 비행기, 중장비에 적합하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수소에너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이죠.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해외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수소차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이 합리적이지 않다(because the physics behind it are so unreasonable)"라고 밝혔습니다.

▲ 2021 Toyota Mirai - how it works and what's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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