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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과 서늘함이 교차했던 3~4월을 지나 어느덧 5월, 온기 가득한 봄이 만연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어느 때보다 화사해지는 이 시기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 최초의 '봄맞이 에디션'을 선보였다. 바로 아이폰12 '퍼플(Purple, 보라)'이다.

국내에서 4월 30일부터 판매 중인 아이폰12 퍼플을 입수해 살펴봤다. 아이폰12는 지난해 총 4가지 모델로 출시됐지만 이번 퍼플 색상은 기본형과 미니 모델에만 적용됐다. 참고로 아이폰 12 퍼플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2와 성능 면에서 완전히 동일하다. 본 리뷰에서는 외형과 색상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며 성능과 관련된 이야기는 '[블로터언팩]프로와 급차이 좁힌 '아이폰12'' 등 이전 리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아이폰12 퍼플 무보정 야외촬영 (사진=이건한 기자)
▲ 아이폰12 퍼플 무보정 야외촬영 (사진=이건한 기자)

아이폰12 퍼플의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질리지 않는 중성적 매력'이다. 보라색이란 이름으로 출시됐지만 파스텔톤 연보라에 가깝고, 마냥 가벼운 느낌이라 하기엔 보라색 특유의 무게감도 묻어난다. 채도가 너무 짙거나 연해서 쉽게 질리는 타입은 아니란 이야기다. 무엇보다 보라색은 남녀 대부분이 좋아하는 중성적 색상이다.

▲ 그늘진 곳에서 촬영한 아이폰12 퍼플의 옆·뒷면. 어두운 곳에서는 조금 더 보라색에 가까워지며 측면 알루미늄 밴드의 색은 후면보다 조금 더 짙은 색이다 (사진=이건한 기자)
▲ 그늘진 곳에서 촬영한 아이폰12 퍼플의 옆·뒷면. 어두운 곳에서는 조금 더 보라색에 가까워지며 측면 알루미늄 밴드의 색은 후면보다 조금 더 짙은 색이다 (사진=이건한 기자)

보라색의 특징은 다른 유채색 대비 크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보라색은 고대부터 왕실, 혹은 귀족들이 선호했던 색상으로 전해진다. 천연물에서 보라색 염료를 추출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가격도 비쌌던 까닭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고급 천을 나타낼 때 '튀로스 염료로 물들인'이란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데, 튀로스 염료가 곧 '임페리얼 퍼플(imperial purple)', 보라색을 말한다.

애플은 갑자기 왜 보라색 아이폰12를 추가로 내놓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색상 의미적 관점에서 추측하면 점점 비싸지는 스마트폰과 어울리는 고급 색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 디스플레이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어느덧 기본 100만원을 훌쩍 넘는 시대다. 곧 접었다 펴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더욱 대중화되면 평균 가격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완화하고자 보라색 등 기존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색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애플의 경쟁사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에 보라색 '팬텀 바이올렛'을 포함했고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에도 최근 해당 색상을 입힌 에디션을 출시했다. 고가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도 보라색이 메인 색상이다.

▲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12 퍼플 출시를 '봄'과 연관 지었다. 실제 푸른 풀밭이나 꽃 사이에서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잘 스며드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사진=이건한 기자)
▲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12 퍼플 출시를 '봄'과 연관 지었다. 실제 푸른 풀밭이나 꽃 사이에서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잘 스며드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사진=이건한 기자)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하면 유행, 그리고 소비자 선호도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애플이 보라색 아이폰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공개한 아이폰11 시리즈에는 출시 당시부터 보라색 모델이 포함돼 있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애플 분석가로 유명한 밍치궈 TF인터내셜증권 애널리스트조차 당시 "아이폰11에 추가된 신규 컬러가 제품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했으며 KT에 따르면 실제 국내 사전예약 기간 당시 6가지 색상 중 퍼플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즉 아이폰11에서 보라색에 '재미'를 느낀 애플이 아이폰12에서는 이를 좀 더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인한 판매량이 떨어질 무렵 고객 선호도가 높은 색상 모델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제품 판매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이다. 다만 계절에 따른 신규 색상 마케팅은 이전에 경쟁사들도 심심찮게 진행했던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이제 애플도 이런 트렌드에 합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 실내에서 촬영한 아이폰12 퍼플 뒷면 (사진=이건한 기자)
▲ 실내에서 촬영한 아이폰12 퍼플 뒷면 (사진=이건한 기자)

이전에 애플이 아이폰에 신규 색상을 추가했던 경우는 '프로덕트 레드((PRODUCT)RED)'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뿐이었다. 프로덕트 레드는 애플이 2006년부터 합류한 글로벌 에이즈 퇴치 프로젝트다. 프로덕트 레드 컬러나 마크를 표기한 제품 판매 수익 일부가 에이즈 퇴치에 기부되는 만큼, 이번 퍼플 색상처럼 마케팅보다는 공익적 측면이 강하다.

이 밖에 애플이 아이폰의 새로운 시그니처 색상으로 보라색을 골랐단 추측도 가능하다. 이전까지 아이폰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색으로는 '골드'가 있었다. 아이폰5S에 처음 등장한 골드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아이폰8 시리즈까지 매년 이어졌지만 아이폰X에서 대가 끊어졌다. 이후 아이폰11에 새로 등장한 보라색의 잠재력을 확인한 애플이 골드의 뒤를 이을 색상으로 보라색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번 아이폰12 퍼플이 기대 이상의 판매 성과를 거둔다면 당분간 매년 이맘때쯤 우리는 봄맞이 보라색 아이폰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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