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사이언스파크의 모습. (사진=LG전자)
▲ LG사이언스파크의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LG전자는 경영 투명성을 강화했다고 강조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계는 내부거래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된 점과 외부 기관 지배구조 평가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형식적인 행보가 아니냐고 평가절하했다. 

LG전자는 지난 28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을 공시했다. 신설된 이사회내 위원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다. LG그룹 경영 투명성 제고의 일환이다. 지난 3월 LG그룹은 상장회사 이사회 내에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원회 신설, 낮은 ‘지배구조 평가 점수’ 때문일까

LG전자가 위원회 수를 늘린 건 ‘지배구조 평가 점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음에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지배구조 평가에선 C+부터 B까지 낮은 점수만 받아왔다. 핵심 계열사 LG전자의 지난해 지배구조 부문 점수도 B다.

낮은 지배구조 점수는 이사회 운영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신설 전 LG전자 이사회 내 위원회는 3개로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경영위원회로 구성됐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와 사추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LG전자가 필요에 의해 만든 위원회는 경영위원회 하나였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위원회는 CP(기업어음) 발행, 여신거래한도 약정 체결 등을 심의·의결한다.

▲ LG전자 이사회 중요의사결정사항. (출처=LG전자 사업보고서)
▲ LG전자 이사회 중요의사결정사항. (출처=LG전자 사업보고서)

삼성전자(6개), 포스코(5개) 등 다른 대기업보다 위원회 수가 적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외부 평가 기관의 시선에선 감시·견제 장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LG전자가 국내 대기업과 비교해 다소 보수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한 이유는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같은 안건이더라도 삼성전자는 위원회 사전 심의를 거쳤고 LG전자는 이사회에서 즉시 처리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게시된 이사회 중요의사결정사항을 보면 LG전자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21년 계열사 등고의 자기거래 승인의 건’, ‘21년 계열사와의 상품·용역거래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사전 심의는 없었다. LG전자 이사회는 권영수 기타비상무이사 의결권을 제한했는데, 최소한의 경영 투명성 유지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기간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임차계약 체결 건’, ‘2021년도 대규모 상품·용역거래 승인 건’ 등 유사한 안건을 내부거래위원회에서 사전 심의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평가 기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활동 등을 지배구조 평가 시 지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번 위원회 신설은 LG전자의 ESG경영 첫 단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은 ‘사내이사’ 빼는 분위기인데…

LG전자는 지난 28일 공시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사외이사 3인(김대형, 이상구, 강수진)과 사내이사 1인(배두용 부사장)으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위원회에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부거래위원회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현황을 보고받고 대규모 내부거래를 사전 심의한다. 원활한 활동을 위해선 독립성 확보가 필수다. 그간 기업들이 '내부거래 이슈'만 터지면 내부거래위원회 등 유사 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대림산업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 3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비판하자 대림산업은 내부거래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겪었던 삼성전자,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도 내부거래위원회 및 투명경영위원회 등을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부거래위원회에 사내 주요 인사가 들어오는 건 본래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를 감시하는 위원회다. 사내 이해관계자(배두용 부사장)가 포함되는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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