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나가와 앞바다 파도 아래’ 패러디물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 ‘가나가와 앞바다 파도 아래’ 패러디물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패러디물을 SNS에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항의에 나섰고 누리꾼들도 비난을 퍼붓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2장의 그림을 올렸다. 원작은 일본 에도시대의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우키요에(풍속화) 대표작인 ‘가나가와 앞바다 파도 아래’다. 또 다른 그림은 이 작품을 중국인 일러스트레이터가 패러디한 것이다. 

▲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자오 대변인은 “중국의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가나가와 해변의 파도 아래’를 재창조했다. 원작자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오늘날에도 살아 있다면 일본 방사능 오염수를 걱정할 것”이라고 적었다. 

▲ ‘가나가와 앞바다 파도 아래’ 패러디물
▲ ‘가나가와 앞바다 파도 아래’ 패러디물

패러디물에서 중국 작가는 원작의 후지산을 후쿠시마 원전처럼 표현하고, 구름은 십자가 모양으로 바꿨다. 또한 흰 물결은 해골이나 기형 생물 같은 모습으로 처리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방사능 표시가 그려진 양동이에 담긴 녹색 액체를 바다에 버리는 모습도 있었다.

이에 대해 TV아사히는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표현)를 바다에 방출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갈무리)
▲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정부는 항의에 나섰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8일 “이번 건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이미 엄중 항의했고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8일 오후까지 해당 트윗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다. 

소식을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포털 기사와 SNS 등에서 중국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패러디된 작품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풍속화 중 하나라는 것도 반발감을 더했다. 

야후재팬 기사에서 일본 누리꾼들은 “일본 정부도 중국이 얼마나 방사성 물질을 해양에 투기하는지 알려라”, “중국 대변인이 스스로 품격이 없음을 드러냈다”, “중국은 한국에 비하면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유치해진다”, “덩치만 크고, 정신은 유아 수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호쿠사이의 작품이 오염되어 버린 기분”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 대변인의 오염수 관련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 ‘막말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오염수를) 마시더라도 아무 일 없을 것 같다”고 발언하자 자오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마실 수 있다면 마셔 보라”고 대응한 바 있다. 또한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비난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양국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1일 논평에서 “도쿄전력은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오염수를 정화한다고 하지만 2차 처리 후에도 트리튬 외 요오드와 세슘 등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1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을 다 갖추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행보로 해석된다.

한편 외교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검증과 관련해 한국 측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지난 26일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IAEA가 중국 측 전문가를 초청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