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직썰]은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코너입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기업의 깊은 속을 외형적 수치가 아닌 직원들이 매긴 솔직한 평점과 적나라한 리뷰를 통해 파헤쳐봅니다.
▲ 권봉석 LG전자 사장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권봉석 LG전자 사장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LG전자는 올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접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7월 31일 자로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95년 이후 26년간 한국의 대표 휴대폰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던 LG전자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5일 MC 사업본부 임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고 “오랜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MC사업 종료라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3449명에 달하는 MC사업본부 임직원들의 인력 재배치도 본격화됐다. 

LG폰 사용자들은 사업 철수 소식에 충격을 받았지만 외부에서는 호재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번 휴대폰 사업 종료가 안정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로 LG전자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변경하고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 

▲ LG전자 MC사업부문 실적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LG전자 MC사업부문 실적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MC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 규모가 약 5조원에 달한다. 해당 사업 철수에 따라 기업의 사업 체질 및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전자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이 18조 8057억원, 영업이익이 1조 51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7%와 39.2% 증가하면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프리미엄급 가전과 TV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MC사업부문을 털어내는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만큼 향후 미래 신사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에 투자하던 인적·물적 자원을 자동차 전장부품,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입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현재 LG전자의 ‘효자’ 중 하나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로 올해 1분기 매출이 6조원 중반, 영업이익은 9000억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5년간 4조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는 H&A 사업본부에 대한 투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LG전자는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퀄컴과 함께 자동차와 인근 기지국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5G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알려졌다. 

▲ (LG전자 제공)
▲ (LG전자 제공)

애플카와 협력설도 떠올랐다. 13일 애플인사이더 등 IT매체들은 애플과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애플의 첫 전기차 모델 생산을 위한 계약 타결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LG전자와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의 합작사로 올해 7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마그나는 5년 전부터 애플카 프로젝트인 '타이탄'과 관련해 초기부터 협력한 바 있다. 특히 애플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폭스바겐,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접촉했지만 번번이 협상이 무산된 만큼 LG마그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카와의 협력은 LG마그나에게는 완성차 사업에 뛰어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존 업계 입장에서는 전동화 시장이 커진다는 방증이자 전동화 전환을 따라잡지 못하는 업체들에게는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원 만족도는 하락세…‘연봉·성과급’ 논란이 발목

현재 LG전자는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이뤄왔던 성과에 미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큰 숙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속내는 어떨까.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리뷰를 통해 알아봤다.

▲ LG전자 직원만족도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LG전자 직원만족도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먼저 전·현직자들이 평가한 LG전자의 총만족도는 타 대기업 대비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5점 만점에 3.31점이었지만 올해는 2.98점으로 떨어졌다. LG전자 수준의 대기업 만족도가 2점대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추천율’의 경우 2019년 55%에서 지난해 52%, 올해는 23%로 내려갔다. CEO지지율에도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지한다’는 비율은 2019년 54%, 지난해 55%에서 올해는 44%로 떨어졌다.  

올해 이렇게 크게 평가가 하락한 주요 이유는 성과급 논란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3조2620억원, 영업이익 3조195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업부별 성과급은 천차만별이었다. 

성과가 좋았던 생활가전 사업본부는 기본급의 750%를 성과급으로 받았고, 적자를 기록한 LG이노텍의 전장사업본부도 기본급의 356%를 받았다. 하지만 적자를 낸 MC 사업본부는 격려금 100만원 지급에 그쳤다. 성과급 규모가 사업부별로 최대 30배까지 벌어지자 직원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성과급 문제…상대적 박탈감 심하다

▲ LG전자 직원평가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LG전자 직원평가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올해 LG전자의 ‘복지 및 급여’ 부문 평가는 대폭 하락했다. 2019년 3.07점, 지난해 3.13점으로 소폭 상승하다 올해는 2.71점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LG전자의 연봉인상률은 2018년 이후 최근 3년간 매년 4% 안팎에 머물렀다. 그동안 ‘다른 대기업 대비 연봉이 짜다’는 평가가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올해는 성과급 논란까지 겹치며 직원 불만이 터졌다. 결국 지난달 회사 측은 연봉인상률을 9%로 합의하고, 직급별 초임을 최대 600만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LG전자 관련 잡플래닛 리뷰의 상당수는 연봉과 성과급 문제였다. 전·현직자들은 “동료들 대화 중 가장 빈번한 주제는 이직 정보”, “연봉 및 성과급 체계 비합리적이며 보상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없다”, “성과를 내도 성과급 주는 건 회사 마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인재유출은 확실함”, “주변 친구들 연봉 들으면 시무룩해짐”, “시간이 흐르면 상대적 저임금으로 바뀜”, “연봉이 낮고 성과급도 낮아 직원들의 불만이 최고조”,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상대적 박탈감 많음”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연봉 불만이 사내 분위기 악화로 번지는 모습도 보였다. 리뷰 중에는 “열심히 할 필요 없이 주는 만큼만 일하자는 문화가 커지고 있음”, “욕심을 버리면 편하지만 열심히 하고 대가를 바란다면 실망스러움”, “뼈 빠지게 열심히 한 사람이나 탱자탱자 논 사람이나 연봉 오르는게 같음”, “포기하다 보면 회사와 같이 내 커리어도 망가짐”, “엘무원으로 다니는 글로벌 중소기업” 등의 비판도 있었다.  

"워라밸 좋지만 서울과 지방이 달라"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점 대로 다른 항목 대비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가 갈수록 하락하는 모습이다. 2019년 3.39점, 지난해 3.4점에서 올해는 3.26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직원 중에는 “자율 출퇴근과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워라밸이 매우 좋아짐”, “적당한 급여를 받으면서 워라밸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곳”, “자유로운 연차 사용”, “부서별로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워라밸을 지키며 일할 수 있음”, “워라밸을 누리는 회사 생활을 원한다면 더없이 좋은 직장”, “야근이 거의 없고 술자리 문화도 깔끔”, “비슷한 규모의 타 기업에 비해 워라밸을 강조하는 분위기”, “연차는 사정이 생기면 전화로 말하고 다음 날 신청해도 됨” 등의 리뷰를 올렸다. 

부정적인 의견 중에는 “수익만 바라보고 고객사 요구 다 받아주다가 지옥같은 워라밸 경험”, “워라밸이 좋다고 하나 일부 조직 한정임”, “서울과 지방의 워라밸 격차가 너무 심함”, “서울과 비서울 연구개발직은 그냥 다른 회사”, “일부 부서는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 “워라밸이 부서장 성향에 따라 많이 다름” 등의 평을 남겼다. 

‘인화의 LG'는 양날의 검?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LG전자의 ‘사내 문화’ 평가는 3점대의 보통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9년 3.37점, 지난애 3.31점, 올해는 3.11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가장 많은 언급은 ‘인화의 LG' 키워드였다. 

긍정적인 리뷰 중에는 “당신이 기업을 포기해도 기업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항상 제공해주며 도덕적으로 운영됨”,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하지 않음”, “인화를 강조하며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있음”, “큰돈은 못 벌어도 평생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 “인화를 중요시 여기는 만큼 사람을 쉽게 내치지 않음” 등이 있었다. 

반면 “인화라는 특유의 문화는 임원에게만 존재”, “임원이 잘못해 조직이 망가져도 그들은 살아남고 챙겨줌”, “엘무원으로 불릴 정도로 자르지 않지만 다른 곳으로 돌려서 일함”, “인화적인 기업이라는 건 고인물이 많다는 뜻”, “임원의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망하더라도 문책하지 않고 팀원들이 책임을 지게 됨”, “적당히 월급 루팡이 가능”, “문제가 발생했을 시 실무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상황이 비일비재”, “고인물들이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반성이나 책임 없이 직원들 탓을 오지게 함” 등의 비판도 있었다. 

직원 처우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 숙제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여러 리뷰에서 전·현직자들은 LG전자가 이뤄온 성과와 명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반면 네임밸류와 워라밸 등은 높게 평가했지만 연봉에 대한 불만과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의 미래에는 물음표를 던졌다. 향후 성장 가능성에서도 확실한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전제품 1등을 벗어나 신사업에 투자하는 LG전자의 노력이 이러한 요구에 부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은 “MC부문 정리 후 잘하는 것 위주로 하려는 노력 필요”, “연봉을 상향평준으로 올리지 않으면 과거 명성에 매몰되어 정체할 것”, “확실한 미래사업 육성하길”, “1등 제품은 정말 좋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들은 2% 부족한 느낌”,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경영보다 장기적이고 비전 있는 사업 발굴에 힘써주길”, “미래 먹거리 그리고 직원에 대한 투자가 절실함”, “스마트폰 접으면 그냥 가전기업. 대안이 필요함”, “미래 방향성을 공유하고 같이 고민해야 휴대폰 같은 시대착오적인 실수를 안 할 수 있음” 등의 의견을 냈다. 

※[기업직썰]의 내용은 <잡플래닛>의 리뷰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사는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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