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P 번호이동제 연기는 정부 신뢰성의 문제
2008. 07. 04 뉴스와 분석 |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6월말을 기해 인터넷전화번호이동제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이 제도의 시행이 또 다시 연기됐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일 제 17차 회의를 열어’ VoIP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에 관한 건’을 심의했으나 긴급 통화 호 불안과 발신자 위치정보 파악이 불가하고 정전시 불통과 보안 문제, 시내전화 통화권 이탈 시 지역번호체계와 과금 혼란 등의 문제를 들어 결론을 못내고 차기 회의에서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해 왔던 업체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인 셈이다.
이들이 반발하는 것은 방통위에서 심의된 내용이 VoIP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과정에서 별도로 논의돼 왔던 항목으로 제도 도입을 막을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서비스 사업자들은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미 정부가 고시한 내용에 따라 ‘인터넷전화는 정전시 통화가 안되고, 긴급 통화가 안된다’고 약관에 명기해 놨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에게 이 내용을 적극 알리도록 한 정부 정책을 충실히 따라왔다는 설명이다.
또 이 문제는 VoIP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과정과는 전혀 별개로 이미 관련 시스템 구축이 완료돼 테스트가 진행, 조만간 해결될 문제라는 점도 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4월 긴급전화 불통 문제와 관련해 ETRI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도록 했고, 긴급통신전담반이 마련돼 관련 업체들이 함께 해법을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를 통해 관련 시스템이 구축돼 테스트가 거의 끝났다”고 전하고 “이 시스템 마련을 위해 관련 업계는 40억원 가량의 자본도 투자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 건은 VoIP번호이동제 시행과 관련한 회의에서 전혀 거론도 안됐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긴급 통화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제도 시행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이다.
또 정전시 불통의 문제도 이미 약관에 명시했고, KT의 안폰이나 고급형 PSTN 전화기 등 기존 PSTN 망을 이용하는 전화기에서도 정전시 불통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전화는 인터넷이라는 거대 인프라 위에 올라가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일 뿐이다. 인터넷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보안 문제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서비스 사업자들은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보안 장비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암호화해 통화를 할 경우 오히려 도청 등에 무방비인 PSTN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군부대나 정부의 경우 통신 보안을 위해 별도 보안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사업자가 보안에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보안 문제가 더욱 중요한 곳은 별도의 투자를 해서 안전하게 하면 되는 일이다. 애초의 통신 서비스 자체를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VoIP 서비스 업체들은 엄청난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 마련이 없다. 정부가 제도 시행을 연기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시행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하고 있지만 계속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관련 업계는 정부의 정책에 따랐을 뿐인데 약속을 이렇게 뒤짚으면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는 “이번 사안은 정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사업을 검토했던 사람들이 바뀌었다고 다년간 검토돼 시행을 앞둔 정책이 또 연기된 것”이라며 “그럼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사람이 바뀌면 아무리 소비자들에 편익이 있더라도 재검토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새로운 조직이 들어서고 또 새로운 사람들도 채워졌다.
이명박 정부는 가계 통신비 절감 방안 추진과 각 산업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실용정부라 칭하면서도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정부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