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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세대: 20대 관점에서본 한국 사회의 모순들

  기쁘미 2008. 06. 14 삶/여가/책 |

돌이켜보니 우리나라 20대들을 평가하면서 심하게 까칠했던 것 같다. 어느 술자리에서 “지하철에서 무료신문만 보면서 세상 다안다고 생각하는 20대들을 보니 앞날이 참 걱정된다”는 말까지 늘어놨던 생각도 난다.

20대에 대한 나의 비판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입체적이고 구조적으로 들여다본 뒤 내린 결론과는 거리가 멀다. 눈에 보이는 것만 갖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인쪽에 가깝다. 때문에 비판이라기 보다는 그저 ‘불편한 감정 표현’이라 부르는게 맞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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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20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품은채 살아갈 수 있었던 내가 뜬금없이 20대론을 다시 끄집어낸 까닭은 우석훈과 박권일씨가 쓴 <88만원세대>를 읽고나서 부터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도 두 사람이 쓴 책인데, 조직론 관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제점을 다뤘다면 <88만원 세대>는 20대를 둘러싼 세대간 역학 관계를 집중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핵심은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는 20대를 386과 그 이전세대들이 착취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착취 구조는 현재로선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점점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모양새다.

저자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20대들은 지하철에서 무료 신문 읽고 세상 다안다고 생각하는 ‘뻔뻔한 세대’가 아니라 세대간 착취 현상의 패패자로 전락, 미래 탈출구가 막혀버린 불쌍하고 억울한 세대다. 20대에 대한 지금의 착취 구조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사화 경제적으로 매우 어둡고 불안해질 것이란게 저자들의 메시지다.


“인적 자본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386세대를 다른 세대와 비교한다면 해방 이후 가장 많은 독서를 했던 세대이고 현재도 가장 많은 독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포디즘 이후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해서도 이전 세대에 비하면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편이고 독서할 여력이 없는 다음 세대에 비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경제조직에서 이들이 문을 걸어 잠그면 다음 세대의 신규 진출이 매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386들은 그 이름만큼 30대에 이미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초기 출발 조건을 안전하게 갖추었지만 지금의 20대가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때 그들 만큼의 경제적 가능성을 갖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구호를 다 빼고 현실적인 경제 관계로만 분석을 한다면 지금의 20대는 유신 세대의 선택을 지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사무엘슨의 세대간 소득 이전 가설로 생각해본다면 부모 세대의 경제적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 그래도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 있지 형이나 누나 뻘에 해당되는 전두환 세대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봐야  자신들에게 올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전두환 세대가 이루게될 경제적 성과는 지금의 10대나 그 아래 세대들에게 이전될 것이고 단순하게 게임으로 이 상황을 분석한다면 유신세대중 부자나 상위 중산층을 부모로 둔 20대가 유신세대의 선택을 지지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20대를 둘러싼 착취 구조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세대간 갈등과 관련지어 생각하지 않는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얼핏 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던 이들이 사실은 20대 착취구조라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 비정규직, 대기업에 의한 독과점화된 경제구조, 선거때마다 나오는 정치 공약들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이미 대기업에 의한 독과점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혁신이 파고들 공간이 없다. 창업도 점점 줄고 있다. 한마디로 다양성이 실종됐다. 정부가 이걸 해결해야 하는데, 성장주의만 판치고 있다.

소위 지도자라고 하는 이들이 내놓은 정책들도 대부분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성격이다. 대기업만 살판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길게보면 세대간 착취 구조도 더욱 고착화시킨다는게 저자들의 논리다.
 


“제 3자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구조공황이 발생할때까지 계속된다. 포식을 마치고 난 티라노 사우르스의 발자국을 계속 따라가다보면 결국 이동물이 멸종하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은 지금의 한국 경제의 독과점화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보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는데 개인적으로 봤을때 이상주의는 아니었다. 대부분 선택의 문제들이었다.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지금 당장 써먹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세상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는 많지 않다. 경제 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합의에는 양보가 필요한 이유다.

누구의 양보?  계급으로 치면 많이 가진 사람들이고 세대로 치면 유신 세대와 386세대의 양보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살벌한 경쟁 구조에서 20대가 가만이 앉아서 사회적인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는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저자들도 곳곳에서 이같은 우려를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88만원 세대 겉표지에 있는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란 문구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 같은데, 솔직히 나로서도 뾰족한 수는 없다.

지당도사가 되어 “잘되야 할텐데..”는 말은 늘어놓고 싶지 않다. 그래도 20대들에게 하고픈 말은 있다. 20대를 향해 “무료신문 보고 세상 다안다고 생각한다”고 했던 말은 공식 철회하겠다고. 또 취업준비에, 생존게임에 다들 바쁘겠지만 틈나는 대로 좋은 책들을 많이 봐달라고. 그걸 기반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들에 대해서 고민해 달라고…

30대 중반에 <88만원 세대>를 읽는 나는 지금, 20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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