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소벤처가 클 수 없는 세가지 이유
2008. 05. 07 사람들 |
안철수는 오래전부터 뿌리깊은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반 대기업주의자’여서가 아니었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담보되지 않는한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이런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더 굳어졌으면 굳어졌지.
몇년에 걸쳐 그가 거의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대기업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대로라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중소벤처기업들 사이에선 ‘점점더 대기업만 살판나는 세상이 되가는 것 아니냐?’는 절망적인 얘기까지 들린다.
창업 열기는 확 식어버렸고 ‘88만원세대’로 불리우는 20대들의 성향은 갈수록 ‘안정지향형’으로 바뀌고 있다. 불안의 늪에 빠진 20대들이 마흔넘은 어른들이나 할법한 심히 거룩한(?) 얘기를 꺼내는 장면도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다. 불안지수가 높아지면서 사회는 경직되고 혁신의 잠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가? 안철수가 입을 열었다. 3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최근 돌아온 안철수씨는 7일 오전 가진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중소벤처와 대기업간 상생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사회 양극화에 따른 불안은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한국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 다시 한번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국에서 보니 중소벤처가 클 수 없는 우리나라의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면서 앞으로 카이스트 석좌 교수와 안철수연구소 CLO(Chief Learning Officer) 자격으로 중소벤처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활동에 매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 3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안철수에게 비친 대한민국 중소벤처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중소벤처 기업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5년후가 안보입니다. 예전에는 다음도 있었고 네이버도 있었지만 지금 그런 기업이 안나와요. 5년후를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대기업 중심 구조로 가도 잘먹고 잘사는 나라도 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 구조는 매우 위험합니다. 대기업 고용 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현재 130만명 정도밖에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머지 국민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2천만명을 고용하는 중소기업들이에요. 얼마전 대기업 총수분들이 정부와 만나 투자를 통해 7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했다는데 그렇더라도 대기업 고용 능력은 137만명 아닙니까? 한국은 중소기업에 있는 2천만명을 주목해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이 거기서 일어나잖아요.”
결국, 한국은 대기업 혼자 잘해서는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을 구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환경이 담보되지 않는한 양극화에 따른 불안한 사회 분위기는 짙어질 수 밖에 없고, 일찌감치 안정을 꿈꾸는 ‘88만원 세대’들의 보수화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벤처는 그 속성상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DNA자체가 낮은 성공확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가 중소벤처가 크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안철수씨의 얘기는 계속된다.
“우리나라는 중소벤처가 클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여러번 얘기했던 것이지만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해당업체 종사자들의 실력이 부족해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두번째는 중소벤처를 도와주는 인프라가 허약하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어요. 인력을 제공하는 대학도, 자금을 대는 벤처캐피털이나,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아웃소싱 업체, 정부 제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런게 아직 약해요. 마지막이 대기업 위주의 사업 구조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처음에는 갑과을의 관계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래를 하게되는데 한두번 하다보면 중소기업은 이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아요. 대기업쪽에서 계약을 제대로 안지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중소기업이 부가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고용도 못하고 연구개발에도 투자할 수 없습니다. 처음 상태에서 머무르면 경쟁력이 안올라가니까 결국 퇴출될 수 밖에 없죠. 그러다보니 대기업들은 국내서는 거래할 중소기업이 없다고 외국으로 나갑니다. 글로벌 아웃소싱이란건데, 수출이 사상 최대인데도 양극화는 심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사상 최대 수출은 외국 중소기업들을 도와주는 꼴입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참 불행한 거죠.”
안철수씨가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안연구소 CLO란 타이틀을 선택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중소벤처가 클 수 없는 세가지 이유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중소벤처의 실력 강화에 적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서다. 스스로의 한계를 놓고 여러가지 생각을 거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단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선택할 길에 아쉬움도 있다. 그의 길에 ‘감놔라 배놔라’할 자격이 없음에도 나는 안철수 교수가 중소벤처가 클 수 없는 두번째와 세번째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나름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특히 세번째 문제인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바꾸는데 있어서는 안 교수가 시민사회속에 들어가 활동가로 뛰는 모습마저 보고싶어진다.
때문에 간담회에서 있었던 질의응답 시간에 안 교수에게 “활동가로서의 생각도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에 개인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안 교수와 기자들이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최근 국내서 터진 일련의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보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대한 입장은?
투자시 이것저것 따져보기로 유명한 선진국에서도 IT투자할때 보안에 10% 쓰는데, 우리는 1%만 쓴다. 적게쓰면 단기간에는 좋을 수 있다. 비용절감하는거니까. 그러나 이런 마이크로레벨의 사고는 운수나 요행을 바라는 거와 마찬가지다. 국가 차원에서보면 운수나 요행은 없다. 옥션에서 1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하는데, 100% 예측 가능한 결과다. 누구나 알았던 건데 대처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위험을 감수하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위험관리가 필요할때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껏 쌓아왔던 것 다 까먹을 수 있다.
예전에 벤처캐피털에도 관심을 보인적이 있다. 향후 계획은?
미국에 있으면서 투자할만한 회사가 없는게 문제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기업이 제대로 돼 있으면 투자할 자금은 많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기업가 정신, 창업가정신이 없어서 젋은 사람들이 안정위주로 가다보니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게 문제라고 들었다. 자금쪽은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시급하고 기본적이면서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는 것을 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과 기업가들의 실력을 키워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다.
안연구소가 네이버 무료백신에 백신 엔진을 제공하기로한 계획을 철회했다. 어떻게 보나?
네이버 무료백신건은 한국에 있지 않았다보니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기본적인 것은 무료 백신 이슈라는게 누가 돈을 버는가가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프라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필요하고 누군가 해야 한다면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는쪽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입장과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큰정부든 작은정부든 인프라는 만들어줘야 한다. 작은정부는 규제를 철폐하돼 감시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 규제철폐와 감시 기능 철폐는 다른 말이다. 쓸데없는 규제 없애는 대신 감시를 철저히 해서 무법천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육강식의 세계가 된다. 그런데 감시란게 쉽지 않다. 생색도 잘 안난다. 전문성과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 사실 가장 편한게 규제해놓고 감시안하는거다. 새정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규제철폐는 환영하는데, 감시 기능 강화에 많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무법천지 말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연구소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앞으로 주로 활동하는 일은 카이스트 석좌교수로서의 역할이다. 대전이 우선 직장이다. 안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비상근직인데, 이사회 의장이기이전에 CLO로서 교육 프로그램 참여해서 사람들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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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8 at 6:41 오후
KAIST 석좌교수 및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인 안철수 교수가 5월 7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년 간 미국 유학 생활에서 느낀 바와 향후 계획을 밝혔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회사 설립 10주년이 되는 지난 2005년 3월 CEO 자리에서 물러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하여 이사회 의장의 역할에 집중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벤처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미국 유학 길에 올랐는데요, 첫 1년 간은 스탠포드대에서…
2008-05-09 at 4:38 오후
한국에서 중소벤처가 클 수 없는 세가지 이유 라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