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퍼넷-롤링 블로터공식블로그

[뮤지컬리뷰] 두 대의 피아노가 전하는 감동의 화음..’사랑은 비를 타고’

  정 선기 2007. 12. 23 삶/여가/책 |

전통적인 가부장제 가족 공동체가 현대 사회에 이르러 위기를 맞고 해체의 길을 맞이하면서 영화, 드라마 등 영상컨텐츠를 중심으로 가족주의의 단면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내년 3천 회 롱런을 향해 힘찬 걸음을 하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극본 오은희, 제작 (주)엠뮤지컬컴퍼니) 역시 가정 내 엄마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형과 피아니스트가 꿈인 동생 간의 형제애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두 대의 피아노는 감동적인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결혼도 안한 채 엄마를 대신하는 형 동욱, 가출 후 7년 만에 집에 돌아온 동생 동현 그리고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결혼정보회사 직원 미리 등 처음엔 극중 등장하는 캐릭터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듯해 보이지만, 관객들은 이내 극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결말부..두 형제의 피아노 협주 장면..네이버 ‘칙촉과 양파링의 궁합’ 블로그 중에서 ? (주)엠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는 지난 1995년 초연 이래 ‘경제 국치’로 불리우는 IMF시절을 거쳐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에 따스하고 감동적인 가족애로, 서정성과 발람함을 공연 대단원의 촉촉하게 내리는 비로 진한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1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연기자들과 팀이 호연을 거치며 ‘사랑과 희망의 소나타’를 전해주면서 관객들에게 ‘다시 보고싶은 소극장 뮤지컬’ 1순위를 공언하며, 몇 차례 공연을 보았던 관람객들이 ‘사비타 매니아’로 뭉쳐 공연장을 다시 찾고 있다.


이 공연은 모계 중심으로 변화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를 예측이라도 했던걸까. 극중 자신의 생일 날 가족들과 단촐한 식사를 하려는 희망에 가득 차 있던 동욱은 누나들로부터 오지 못한다는 연락을 잇따라 받자, 빗소리를 외로운 자신의 심정에 빗대어 노래한다.


가족에 대한 서운함을 애써 감추고 자신 안에 가족이 함께하고 언젠가 가족들과 함께 부르는 사랑 노래가 비를 타고 찾아와 줄꺼라는 희망을 품으며 ‘아무도 오지 않는 밤’을 부른다. 그의 희망이 통한걸까.


7년 간 가족과 소식을 끊은 채 집을 나갔던 막내 동현이 비에 흠뻑 젖은 채 홀로 남은 동욱을 찾아와 더 이상 감정을 숨기거나 희생하지 말라며 솔직하게 대화하자고 한다. 음대 진학을 포기하고 원양어선 생활을 한 동현은 외통수처럼 집안에 머물러 있는 형보다 소통에 적극적이다.


극 중 발랄하고 산뜻한 소품들은 두 남자의 에피소들를 하나씩 재현해내면서 공연 내내 관객들을 폭소로 이끌다가 형과 동생이 갈등할 때 쯤, 엉뚱녀로 등장한 미리는 결혼 축하파티 등에서 순식간에 좌중을 휘어잡는다. 하지만, 알고보니 사고뭉치이자 이로 인해 의기소침해진 그녀에게 위로를 던지는 동현.


결국, 동욱의 생일파티는 미리의 등장으로 그가 가졌던 희망처럼 가족화합의 촛불은 물론 신나는 축제 한마당으로 끝이 나지만, 두 형제간의 갈등의 골은 채워지지 않는다.

미리 마저 떠나버린 후, 동생과 가족의 꿈을 위해 삶을 희생해 온 동욱, 그런 형의 마음을 뒤늦게 깨달은 동생의 회한어린 눈물 등 두 남자의 숨겨진 사연이 공개되고 어디서부턴가 두 대의 피아노가 점점 무대 중앙으로 옮겨진다.

서로 마주 봤던 피아노에 각각 앉은 형제가 기쁨의 빗방울 소리에 맞춰 장애를 딛고 ‘Midnight Blue In Rainy Day’를 연주를 시작하자 어느새 피아노는 무대 중앙에 나란히 놓이면서  ’가족간의 사랑과 서로의 꿈을 찾아가는 두 형제의 행복한 미소가 클로즈업 되자, 관객들도 눈시울을 적시며 화답한다.


서로의 눈과 발이 되었다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이 공연 속 두 형제의 이야기는 결국, 서로의 허물을 감싸주고 기대어 온전하게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는 가족간의 사랑을 감성을 적시는 빗방울에 기대어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트랙백 : http://bloter.net/archives/3096/trackback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