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이야기
2008. 04. 17 삶/여가/책 |
1980년대말이다. 스티즈 잡스와 함께 애플을 세웠던 천재 엔니지어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독자노선을 준비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기자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애플을 떠나는 이유가 애플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까?” 워즈니악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에서 몇가지 마음에 안드는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플을 떠나는 것은 새로운 회사를 꾸려보고 싶어서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WSJ 기자는 워즈니악의 말을 거두절미해버렸다. 워즈니악이 애플에 불만이 있어서 떠난다고 기사를 쓴 것이다. 이후 애플을 다룬 책들도 WSJ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워즈니악이 애플과 결별한 것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WSJ 기사는 알게 모르게 하나의 역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워즈니악은 자신의 자서전 <스티브 워즈니악>에서 불만이 있어 애플을 떠났다는 기사는 명백한 왜곡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애플을 떠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공개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한 것은 맞지만 애플과 완전히 결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내가 애플에서 처음 컴퓨터를 설계하고 만들었던 과정과 이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제대로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줄곧 신경이 쓰였다”면서 자서전을 내게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모든 기록을 바로잡아 주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전하고 있다.
“이책을 쓰기 전까지 내가 왜 그동안 자서전을 안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솔직히 바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나이는 쉰다섯이다. 내 인생에서 지금이야 말로 가감없는 기록을 남길때라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저 바깥의 이야기 가운데, 많은 것들이 사실과 다르다. 그런 이유로 애플과 그 역사를 다룬 책들을 보면 나는 화가 난다. 내가 칼리지를 중퇴했다느니(그만둔적없다.), 콜로라도 대학에서 퇴학당했다느니(그런적없다), 스티브와 내가 고등학교 같은반 친구 사이라느니(선후배 사이다), 스티브와 내가 초기 애플I을 같이 만들었다느니(그 작업은 나 혼자했다)”
책속에 비친 워즈니악은 장사꾼과는 거리가 멀다. 사업 감각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타고난 엔지니어다. 무언가가 한번 빠지면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비즈니스에 있어 천재성을 발휘한 스티브 잡스와는 딴판이다. 인간적인 품성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같은 스타일은 진하게 풍긴다.
“회사란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요, 일종의 가족이다. 회사란 무엇보다 경쟁 본위라든가 가장 가진것 없고 가장 어리며 가장 최근에 입사한 사람이 제일 먼저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식의 통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가 애플을 세우기전에 다녔던 휴렛패커드(HP)를 좋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HP문화도 많이 바뀌었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HP는 엔지니어가 회사를 이끌던 시대였다. 그곳에는 엔지니어들이 대외적으로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중요한 존재였다. 타고난 엔지니어인 워즈니악은 이에 대해 “내가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말로 당시를 추억하고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을 펼치면서 개인적으로는 워즈니악의 눈에 비친 애플을 많이 보고 싶었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탄생시킨 워즈니악의 시선을 통해 그동안 많이 접했던 스티브 잡스 중심의 애플론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같은 바람은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스티브 워즈니악>에선 <아이콘 스티브 잡스>에서 느꼈던 드라마적인 요소는 쉽게 찾을 수 없다. 애플보다는 워즈니악이 걸어왔던 엔지니어로서의 길과 기술, 컴퓨터에 대한 생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인지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도 꽤 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얘기도 생각보다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연은 아니더라도 조연은 될 줄 알았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스티브 잡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물론 워즈니악은 잡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현장감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저 필요할때에만 잡스를 끄집어낸 수준이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서전이라는 책의 성격 때문이지 싶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이야기라기 보다 열정적인 한 엔지니어가 살아왔던 삶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같은 애플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분들은 갈증을 좀 느낄 것 같고, 엔지니어의 세계에 호기심이 있는 분들은 공감가는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갈증을 좀 느꼈던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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