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그들의 전쟁은 계속된다
2007. 12. 28 삶/여가/책 |
그들은 정말이지 많이도 싸웠다. 30년이 넘도록 장군멍군식으로 치열하게 치고받고 싸웠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은 코흘리개 꼬맹이들한테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었다. 이들도 싸우면서 커나갔다. 그러나 싸우면서 그렇게 친해지지는 않았다. 훌쩍 커버린 지금도 이들은 그 옛날처럼 그렇게 치고받고 싸운다. 싸움이 언제 멈출지는 소위 ‘며느리’도 모른다.

<삼성 vs LG, 그들의 전쟁은 계속된다: 이하 전쟁은 계속된다>은 가전, 통신, 화학, 금융, 언론 등 다양한 분야서 수십년간 치고받으며 성장해온 삼성과 LG간 싸움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다.
책의 내용만 놓고보면 삼성과 LG의 관계는 경쟁보다는 싸움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규모도 크고 돈도 더 잘버는 삼성 입장에서야 LG와 같은 등급으로 매겨지는게 억울할 수 있겠으나 책을 읽다보면 두 회사가 정말 살벌하게 싸웠구나 하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된다. 내가 몰랐던 싸움도 정말 많았다. 두 회사가 사돈지간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알았다.
세상에 재미있는것 중에 불구경하고 싸움 구경만한게 없다는 말이 있다. 국내 굴지의 재벌인 삼성과 LG간 함수관계를 싸움의 앵글로 접근한 이 책 역시 비즈니스 관련 서적치고는 그런대로 재미있는 편이다. 새로운 담론이나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기보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각종 자료들을 활용해 삼성과 LG란 두 ‘대마’가 펼친 수십년간의 싸움을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삼성과 LG간 싸움의 전선은 가전, 통신, 화학, 금융, 언론, 언론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통신과 언론 홍보쪽에서는 서로를 엿먹이려는(?) 듯한 감정싸움도 여기저기서 엿보였다. 두 회사의 관계에 ‘선의의 라이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기가 거북스러워질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통신 시장에서 펼쳐진 두 회사의 싸움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삼성 출신의 남궁석씨와 진대제씨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고 PCS 및 IMT-2000사업자 선정, 하나로통신 인수 과정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이슈들이 맞물려 있었으니 싸움의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론쪽 얘기는 새로 접한 사실들이 많았다.
삼성이 과거 중앙일보외에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전두환 신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언론 통폐합정책에 따라 삼성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갖고 있던 동양방송(TBC)을 KBS로 넘겨야 했다. 중앙일보도 99년 계열분리를 선언, 법적으로는 삼성과 독립한 상황이다.
그러나 LG도 신문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된 내용이다. 구인회 전 LG회장도 삼성 이병철 회장처럼 언론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1960년대초 이원우 당시 공보부 장관이 부산지역 신문이었던 국제신보(77년 국제신문으로 변경) 인수를 구 회장에게 종용함에 따라 LG도 언론사를 갖게 된다. LG는 국제신보를 통해 삼성의 전자사업 진출을 비난하는 칼럼을 내보냈고 이에 뒤질세라 삼성도 중앙일보 칼럼으로 맞대응하는 언론 전쟁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언론을 소유한 기업들은 이렇게 자사 이익을 위해 언론을 적극 이용했다(LG는 지금 신문경영에서는 손을 뗀 상황이다.)
<전쟁은 계속된다>는 삼성과 LG가 한때 손을 잡고 방송 사업을 했었다는 사실도 말하고 있다.
“60년대 초반 국내 방송 산업이 걸음마 단계에 있을 무렵, LG는 금성사 이름으로 라디오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때 사돈인 이병철 삼성 회장이 방송 사업을 하자는 달콤한 제안을 한다. 구 인회 회장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방송 경영에서도 두 회사간 알력 다툼이 벌어졌다. 이렇게 틀어지기 시작한 두 그룹의 공동 경영은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이병철 회장이 라디오 방송 사업과 TV방송 사업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
방송 사업에서 삼성과 LG간 이별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구인회 회장은 텔레비전은 LG가 인수하고 흑자를 보고있던 라이오서울을 삼성에 넘겨주기로 이병철 회장과 합으했으나 합의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삼성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모두 가져가게 됐다고 한다.
<전쟁은 계속된다>를 읽으면서 나는 삼성과 LG가 많이도 싸웠지만 싸움의 기술은 좀 달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약하면 삼성이 한수위였다. 그래서일까? 책속에는 LG쪽에서 억울해하는 듯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사업 영역이 비슷한 삼성과 LG는 지금까지 많이도 싸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기업인 만큼 싸움의 무대는 한국을 넘어 해외로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간 싸움의 흥행성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구경꾼 입장에서 두 회사가 싸우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보기게 민망한 싸움을 보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허무해지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논쟁같은 것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싸움은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덩치값도 못한다는 비판만 듣게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