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있던 휴대폰, 열리는가?
2007. 10. 31 뉴스와 분석, 디지털라이프 |
지금까지 휴대폰은 닫혀진 공간이었다. 문지기인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로부터 통행권을 얻지 못하면 그 문을 뚫고 들어갈 공간은 너무나도 비좁았다. 휴대폰 업체도, 인터넷 업체도, 모바일 SW업체도 모두 이통사들의 허가속에 이동통신 생태계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갑을관계에서 철저하게 ‘을’이기를 요구받았다.
이같은 분위기를 등에 업고 이통사들은 각종 서비스는 물론이고 휴대폰 유통에 있어서도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미국이 그랬고 한국 또한 비슷한 분위기였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좀처럼 흔들릴것 같지 않던 이통사들의 권위에 균열이 벌어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발이고, 진원지는 거물급 인터넷 업체와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이다. 웹과 개인용 하드웨어 시장에서 놀던 업체들이 어느새 꽉 잠겨있던 이통망을 비집고 들어가 ‘오픈’(OPEN)이란 유전자를 심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는 구글폰 프로젝트의 등장으로 오픈의 기운은 점점 더 힘을 얻는 모양새다.
구글폰 프로젝트는 구글SW와 서비스로 중무장한 ‘구글판 모바일 플랫폼’을 뜻하는데, 이 플랫폼을 탑재한 휴대폰은 검색엔진, 구글맵스, 유튜브, G메일 등으로 도배가 된다. 이쯤되면 그냥 ‘구글폰’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구글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핵심 플랫폼이 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된다는 점이다. 유선 인터넷처럼 오픈API 전략이 도입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의 참여가 확산된다면 각종 신규 서비스들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 구글이 그토록 갈구했지만 이통사들의 견제로 이룰 수 없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장면을 잘하면 목격할 수도 있게된 것이다.
루머(?)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져있던 구글폰 프로젝트는 그동안 이통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통사들은 ‘검색황제’ 구글에게 문을 확짝 열어줄 경우 무선 인터넷에서 갖고 있던 헤게모니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판단, 구글과의 협력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자세를 보였다. 구글에게 이통사는 ‘가까이하기엔 너무먼 당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통사들 중 구글과 가장 불편한 사이로 꼽히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까지도 구글과 구글폰 판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내용이 외신에 보도된 것이다. 기사만 보면 두 회사는 그냥 얘기만 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협상이 꽤 진전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온다.
개인적으로 구글이 버라이즌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가 너무도 궁금하다. 구글이 던진 공을 그냥 받아줄 버라이즌이 아닐 것 같았는데… 버라이즌 외에 T모바일과 스프린트 넥스텔도 구글과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관련글: “구글, 버라이즌-스프린트와도 구글폰 공급 협상중”
구글이 T모바일과 스프린트에 이어 버라이즌까지도 파트너로 확보할 경우 구글은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의미있는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웹과 이통통신의 컨버전스 시대에 초대형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애플의 행보도 흥미롭다. 북미 시장의 경우 AT&T를 통해서만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는 애플은 그동안 허가된 애플리케이션들만 아이폰에 탑재될 수 있는 정책을 펴왔지만 최근 입장을 바꿨다. 개발자들이 다양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툴을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이폰을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도 신형 멀티미디어 플랫폼 ‘오비’(Ovi)를 외부 애플리케이션들에게도 개방할 것이라고 공언해놓고 있다.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사용자 보호를 위해 사전 인증 제도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개발자들이 모바일 디바이스용 운영체지인 ‘윈도 모바일(window mobile)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툴을 제공중이다.
관련 업계의 이같은 행보만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판이 뒤집힐 거라 예측하기는 무리가 있다. 판세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전보다 ‘오픈’의 유전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과거의 틀을 깰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밑바닥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구경꾼 입장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헤게모니가 뒤바뀌는 시점에, 재미있는 사건사고가 많이 벌어지는 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