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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빌어 둘러본 IT용어들의 풍경

  기쁘미 2007. 10. 09 뉴스와 분석, 디지털라이프 |

ERP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있다. 풀어쓰면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인데, 주로 전사적 자원 관리로 표현된다.

그런데 ERP는 알아도 전사적 자원 관리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CRM은 고객관계관리로 풀어주면 좋아하는데, ERP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솔직히 글을 쓰는 나도 전사적 자원 관리라는 말이 쌩뚱맞아보일때가 있다.

90년대 초중반 IT기자 생활을 했던 분들은 경영정보시스템(MIS)란 말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 업체들이 “우리는 MIS가 아니라 ERP”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때부터 ERP를 어떻게 써야 하느냐를 놓고 기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오고갔다는 후문. 어떤 기자는 기업자원계획으로 썼다는데, 광범위한 지지층을 형성하지 못했고 결국 전사적자원관리라는 말로 통일됐다.

헤게모니 경쟁이 끝난 뒤 이 바닥에 들어온 나는 전사적자원관리라는 말이 여전히 불편하다. 개인적으론 기업자원관리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그러나 뒤늦게 판을 바꾸고픈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럴 용기가 없다. 그냥 묻어가고 싶다.

참고로, 나는 국내 최초로 ERP를 전사적 자원관리로 표기했다고 자부(?)하는 모 선배 기자(지금은 기자아님)를 알고 있다. 다음에 만나면 따져물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IT용어중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란 말이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쓸 수 있는 SW를 말하는데,  ‘신흥강호’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의 주력 사업 모델로 통하면서 꽤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말이됐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는 풀어쓰면 Software as a service고 약자는 사스(saas)로 표기된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여러번 글을 썼던지라 SaaS란 말이 어색하지 않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은 좀 다른 듯 하다.

한마디로 어색하다는 것이다. 전사적 자원관리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이상하단다. 어떤 이는 나에게 “야,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가 뭐냐?라고 수시로 묻기도 한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이 양반이 표기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SaaS란 말은 아직 판을 장악하지는 않은 듯 하다. 외신 보도를 보면 SaaS와 온디맨드SW란 말이 함께 쓰이고 있고 한시대를 풍미했던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란 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것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나는 웹기반 SW와 Saas란 말을 버무리는 편이다. 온디맨드는 너무 광범위하다는 인상이 있고, ASP는 어쩐지 쓰고 싶지 않다. 과거의 유물같기도 하고 지나치게 기업용 냄새도 나고…

IT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강호에선 Rich Internet applications, RIA로 통한다. RIA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X인터넷으로도 불리었는데 요즘에는 어쩐지 X인터넷이란 말이 별로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 RIA 뿐이다. X인터넷이라 썼던 업체들도 RIA로 바꾸는 추세라고 한다. RIA가 흐름을 장악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은 웹을 데스크톱처럼 풍부한 인터페이스로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이름을 갖고 걸고 넘어질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말로 표현된 RIA는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라… 개인적으론 “대안이 없을까?”하는 고민을 해보곤 하지만 “바로 이거야!”하는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RIA는 계속해서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란 이름으로 불리울 가능성이 높다. 업계를 주도하는 어도비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주요 언론들도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란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

ERP, SaaS, RIA를 둘러싼 신변잡기적인 얘기를 쓰다보니 IT용어는 헤게모니 싸움의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싸움에서 승리한 자들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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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디지털한글박물관

한글날이다. 어려운 전문용어가 유독 많은 IT분야 특성상, 내가 써놓고도 무슨뜻인지 잘 모르는 말들이 넘쳐난다. 무조건 한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에는 반대하지만 되도록이면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친절했는가? 썼던 글들을 읽어보니 무책임하고도 무식한 표현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는 조심하자는 생각을 하던중에, 문득 ERP와 SaaS 그리고 RIA ‘삼총사’가  머릿속에 떠올라, 몇자 끄적거리게 됐다. ERP는 몰라도 SaaS와 RIA는 적어도 글을 쓸때 용어앞에 이게 무엇인지 설명하는 짧은 표현을 덧붙이자는 다짐을 하면서…

(여기서 잠깐! 요즘 보안 업계에선 UTM(Unified threat management)이란 말이 유행이다. 개인적으로 UTM이 왜 이슈일까?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 UTM이란 말을 둘러싼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별도로 정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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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한글날을 빌어 둘러본 IT용어들의 풍경”

  1. 익명

    늘 그렇지만 정보통신 분야의 글을 쓰다보면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일상 용어와 외래어, 그리고 국어 순화에 대한 딜레마를 느끼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1.한창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이 판을 친다고 언론이 떠들 때 즈음이었다.당시 언론들은 혼란스러운 용어를 내놨다.reply리플댓글덧글답글여러분이 택한 정답은? 지금은 댓글이나 덧글 정도가 일상용어로 굳어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리플’이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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