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 시대의 경제학: 위키노믹스
2007. 09. 10 삶/여가/책 |
웹2.0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묘사한 책들이 지금까지 참 많이 나왔다. 웹진화론, 웹2.0경제학, 롱테일경제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책들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웹2.0 패러다임을 다룬 또 하나의 책이 과연 독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까?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를 쓴 돈 탭스코트가 저자로 참여한 <위키노믹스>(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저. 21세기북스. 2007년 4월 출간)를 펴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천하의 돈 탭스코트가 드디어 뒷북을 치는게 아닐까 하는…
그러나 얄팍한 나의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거두절미하면 위키노믹스는 꽤 괜찮은 책이었다. 읽고난뒤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게됐다. 이에 다른 이들에게도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우선 <위키노믹스>는 웹진화론, 롱테일경제학보다 훨씬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웹2.0 현상을 다뤘다. 위키노믹스에 등장하는 ‘주인공 기업’들은 구글이나 야후 또는 딕닷컴이 아니다. IBM, P&G 등 이른바 전통 기업들이주연으로 등장한다.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전략으로 대박을 터뜨린 금광채굴업체 골드코프 이야기도 흥미롭다. (골드코프 사례는 책 첫 부분에 등장하는데, 보는순간 ‘이 책이거 장난 아니네’ 하는 느낌이 들었더랬다.)
분명한 것은 이들은 모두 참여, 공유, 개방이라고 하는 위키노믹스 키워드를 기업 전략에 절묘하게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우선 IBM은 오픈소스 SW라고 하는 대규모 참여 네트워크 시스템에 참가해 SW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뤘다. 저자들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오픈소스를 지지하는 IBM의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또 얼만큼 구현하기 어려운 작업인지를 구체적인 논리를 들어 풀어나간다. 어려워던 만큼 IBM 거둔 효과는 컸다. 저자들의 말을 빌리면 ‘빅블루’ IBM은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살아남는 ‘위키노믹스 시대’에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P&G는 외부 네트워크와의 R&D 협력으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부각됐다. 대기업 R&D 조직은 폐쇄적이기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외 가릴것 없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지적재산권을 가급적 내부에 가둬두려한다.
위키노믹스 저자들은 이러한 전략이 시대착오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품을 보다 빨리 개발하기 위해 이데아고라를 적극 활용하는 P&G 사례를 여러번 꺼내든다. 이데아고라는 생각, 아이디어를 말하는 Idea와 고대 그리스의 시민 집회장을 의미하는 Agora를 합성한 말로 지식과 지혜, 기술 등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위키노믹스>에 나와있는 내용을 보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기술을 팔고사는 온라인 장터가 꽤 존재하는 모양이다.
<위키노믹스>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기업들이 웹2.0이란 키워드를 활용해 개방적인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웹2.0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웹2.0이란 인터넷 기술을 내부 인프라에 도입하는 것을 넘어 웹2.0으로 촉발된 개방형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외부 참가자들과 제대로 협업할 수 있는지가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협업이라. 말은 쉬운데, 행동하기는 어려운게 바로 협업이다. ‘갑과을’ 관계가 건재하고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에선 협업은 더더욱 어려운 숙제다. 솔루션은 있으나 당분간은 문화가 받쳐주지 못할 것이란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위키노믹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기업들로 하여금 과거를 모두 버리라고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방식에 위키노믹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버무려야 한다는게 핵심 메시지다. 이를 감안하면 <위키노믹스>는 효과적인 엔터프라이즈2.0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웹진화론, 롱테일경제학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 것도 엔터프라이즈2.0이란 화두가 강하게 묻어나와서였을 것이다.
<위키노믹스>는 많지는 않지만 웹2.0과 공공성의 관계도 일부 다루고 있다. 공공 데이터에 웹2.0을 적용하면 시민의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게 핵심인데, 예를 들면 이렇다. 정부가 환경 관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NGO에서 이 데이터 API와 구글맵스를 매시업하면 어느 지역에서 어느 업체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사회적으로 꽤 괜찮은 서비스 같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다양한 공공API를 제공하고 이를 NGO들이 잘 활용한다면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