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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한 단상(4) - 미래를 직접 만들자

  elegy 2008. 01. 18 디지털라이프, 사람들 |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 개발자분은 지난 컴퓨팅 역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웹의 출현과 같은 사건은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하면서 “기존 패러다임의 연장을 기반으로 한 예측은 항상 틀렸다. 상황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격렬한 경쟁과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개발자들은 어느 정도의 낙관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객체지향의 아버지이자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스몰토크’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앨런 케이의 다음과 같은 말이 생각났습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말 멋진 말이지 않나요? 가끔 아는 개발자분들을 만나 개발자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는 꼭 이 말을 언급하곤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미래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만약 인간의 본질이 결정돼 있다면 개인은 다만 그 결정에 따라 살아가기만 하면 되겠죠. 만일 개발자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개발해야 한다면, 이와 같이 결정에 따라 살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결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적인 생활방식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부터 개발자에겐 “자유”가 주워집니다. 이것은 축복 받은 선물이면서도 반대로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실과 개발자의 자유는 늘 상충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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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넘어 미래를 직접 만드는 개발자’란 무엇일까요? (이전 글에서도 강조했지만)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정신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창조하는 개발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일 것입니다. 대부분은 현실적인 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오래 전부터 한국 개발자의 정년이 35세라고 회자되는 것은 단지 정신적이나 체력적 한계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그것은 왜곡된 국내 개발 현실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부조리한 감수성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개발자들은 일정 수준의 나이가 되면 더 이상 개발자로 남지 않고, 보다 안정적인 관리자의 길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원한 개발자로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고결하면서도 드물기 마련입니다.


만약 생계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그 내부에서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지하철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평소에 만원인 지하철에 늘 불만이었던 승객들이 어느 날 그 지하철 회사의 주식을 사게 되면서 지하철이 만원일 때마다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 지하철의 승객들은 수동적인 노예 상태였지만 지금은 주인으로서 능동적인 상태로 전환됐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그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나의 일이 되는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개발자로 살아가는데 있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판도라라는 여성을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냅니다. 이때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는 형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아내로 삼습니다. 이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고, 여기서부터 인류의 불행이 비롯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이는 (물론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불행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로서 살아가는 이유와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신화의 한토막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개발자를 위한 단상’이라는 주제로 4회에 걸쳐 여러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단상’의 사전적 의미처럼 정말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을 풀어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개발자로서 삶을 살아야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하는 물음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은 한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백 마디 말이나 주장보다 개발자 각자가 찾은 답을 갖고 실천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개발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봤던 짧은 경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인생은 짧고 우리가 하지 않는 소중한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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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한국 개발자를 위한 단상(4) - 미래를 직접 만들자”

  1. elegy

    제 메인 블로그(ielegy.tistory.com)에 이번 연재에 대한 몇가지 오탈자 및 문장을 고친 수정본을 업데이트 했습니다.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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