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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성공 전략, ‘온 가족을 게이머로!’

  이희욱 2008. 04. 14 뉴스와 분석, 디지털라이프, 삶/여가/책 |

많은 사람들이 닌텐도를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제조업체로 알고 있지만, 역사속으로 들어가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닌텐도는 애당초 카드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닌텐도가 ‘화투’ 게임을 처음 내놓은 건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이었다. 106년 전에는 트럼프 게임을 선보였다. 굳이 카드게임을 선택한 건 나이나 성별, 게임 경험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보급하고 싶어서였다.

1983년 닌텐도가 내놓은 ‘패미콤’은 게임업계 판도를 뒤바꾸었다. 패미콤은 처음으로 한 게임기 안에서 SW를 교체하며 여러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채택했다. 게임SW 산업은 패미콤 등장과 더불어 싹텄다.

Wii Sports

위기는 경쟁사로부터 찾아왔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공룡 IT기업들이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본격 진출한 건 닌텐도에 적잖은 위협이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이 1억대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동안, 뒤늦게 출시된 ‘닌텐도64′는 PS의 3분의 1에 불과한 판매고로 체면을 구겼다. 회심작으로 꺼내든 ‘게임큐브’는 그보다 추락한 2100만여대 판매에 그치며 게임기 시장 2위 자리마저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연령·성별 제한 없이 누구나 즐기는 게임 지향

닌텐도는 와신상담했다. 돌파구는 게임 인구 확대에서 찾았다. 20~40대가 주축을 이루는 가정용 비디오게임 이용층을 보다 폭넓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몇 가지 원칙도 세웠다. 먼저 게임 고객을 5살부터 95살까지 대폭 늘렸다. 초보자도 어렵게 느끼지 않고, 게임 경험자도 너무 쉽게 느끼지 않도록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컨셉트의 게임을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예전처럼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 부모가 나무라는 식으로 가족끼리 게임을 두고 단절되는 식이면 곤란하다는 것이 닌텐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게임을 ‘가족의 적’ 쯤으로 생각하는 부모부터 게임 애호가로 바꿔놓아야 했다.

Nintendo DS Lite

닌텐도DS는 이런 전략에 따라 탄생한 첫 제품이다. 닌텐도DS는 복잡한 키패드와 조이스틱 대신 화면을 ‘터치’하며 즐기는 방식을 택해, 복잡한 조작 없이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기도록 했다. 제공되는 게임들도 ‘매일매일 두뇌 트레이닝’이나 ‘뉴 슈퍼마리오’처럼 모든 연령대가 고루 흥미를 느끼도록 구성했다. 2006년에는 보다 밝은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닌텐도DS 라이트’도 내놓았다.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닌텐도DS가 처음 미국 시장에 진입했을 때 반응은 냉담했다. ‘게임 인구 이탈’은 일본의 특수한 상황일 뿐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많았다. 비평가들은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닌텐도식 게임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데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이 바뀌었다. 젊은이들만 북적이던 게임 매장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과 미국, 유럽에선 할머니, 아버지 손을 잡고 매장을 둘러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돋보기를 벗고 게임 타이틀을 확인하는 할아버지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됐다.

닌텐도DS는 일본에서 2200만대를 팔았다. 한국에선 지난해 1월 첫선을 보인 이후 1년3개월여만에 누적 판매량이 140만대, 게임SW만도 260만개를 팔아치웠다. PC 기반 온라인 게임이 대세인 국내 게임시장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닌텐도는 또 다른 변신은 닌텐도DS 열풍이 정점에 올라가기도 전에 시작됐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아무리 게임에 감동을 받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흥미를 잃게 마련”이라며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나는 창의적인 게임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와타 사장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택했다. 그 첫 대상은 게임 컨트롤러였다.

닌텐도는 기존 게임 컨트롤러가 복잡하고 다루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복잡한 키패드와 십자형 방향키 대신, 누구에게나 익숙한 TV 리모컨에 눈을 돌렸다. 2006년말, TV 리모컨 조작방식을 채용한 ‘닌텐도 위(Wii)’는 그렇게 탄생했다.

Nintendo Wii

닌텐도 ‘위’는 게임을 즐기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복잡한 키패드와 조이스틱 대신, ‘위’는 이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모션 센서’를 달았다. 예컨대 테니스 게임을 즐길 땐 실제 테니스 라켓을 쥐듯 리모컨을 쥐고 날아오는 공을 받아쳐야 한다. 낚시 게임을 할 때도 리모컨을 휘둘러 낚시대를 드리웠다가 고기가 물면 잽싸게 낚아채는 식이다. 실제 테니스를 치고 낚시를 하듯 게임 속 화면을 보며 몸을 움직이는 것이 ‘위’를 즐기는 기본 방식이다.

치고, 던지고, 달리고…움직이며 즐기는 게임기 ‘위’ 출시 

사람들은 ‘위’에 열광했다. ‘위’는 출시 1년만에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360의 판매량을 제쳤다. “‘위’는 틈새시장이나 공략할 제품”이라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아냥거림은 쏙 들어갔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위’는 가장 빠르게 보급되는 거치형 게임기로 자리잡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닌텐도 ‘위’가 한국에서도 정식 발매된다고 한다. 2008년 4월26일이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처음 만나는 Wii팩>과 <Wii 스포츠> 등 2개 타이틀도 함께 선뵌다. 유비소프트 엔터테인먼트 <레이맨 엽끼토끼2>, 캡콥엔터테인먼트코리아 <잭&위키: 발바로스의 보물>, EA코리아 <피파 2008>, 코나미코리아 <엘레비츠>, 반다이코리아 <남코 뮤지엄 리믹스>, 엔트리브소프트 <스윙골프 팡야 2nd 샷> 등 ‘위’용 국내 타이틀 6종류도 발매된다.

이미 꼭짓점을 통과한 온라인게임 시장에 비해,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으로 꼽힌다. 허나 게임 불법복제와 같은 골칫거리도 산재한 시장이다. 휴대용인 닌텐도DS와 달리, 거치형 게임기 ‘위’는 들고 다니면서 그 매력을 직접 체험케 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닌텐도DS와 같은 성공을 마냥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한국닌텐도는 ‘위’가 본격 시판되면 외국에서 그랬듯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이 게임의 매력에 공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성패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온 가족이 게임을 즐기도록 할 것. 게임 이용 인구를 지금보다 확대할 것. 닌텐도의 관심사는 시장을 뺏아먹는 게 아니라 시장을 키워 먹는 데 있다. 


이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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