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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을 부르짖는 미디어들

  이희욱 2008. 01. 04 뉴스와 분석, 디지털라이프, 삶/여가/책 |

Planet in Peril

지난해 전세계 주요 미디어들의 주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그린’(Green,
친환경)이었다. 환경문제의 문외한이라도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협약’, ‘바이오연료’ 쯤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음직하다. IT업계의
‘친환경 컴퓨팅’이나 ‘유해물질 사용제한지침’(RoHS) 등도 주요 지면을 채웠다. ‘저전력 컴퓨팅’은 올해도 미디어의 주요 관심사로 심심찮게
등장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공영방송(NPR)은 지난해 기후변화 심층 기획 시리즈를 시작했다. CNN은
지난해 10월, 앵커 앤더슨 쿠퍼를 포함한 4명이 직접 참여해 만든 2부작 다큐멘터리 ‘위기에 빠진 지구
‘(Planet in Peril)를 방송했다. 

이뿐 아니다. NBC는 아예 지난해 11월
둘쨋주(11월4일~10일)를 ‘그린 위크’로 잡고, 모든 채널을 동원해 150시간이 넘도록 환경관련 컨텐트로 채웠다. 미디어제국 폭스 뉴스의
소유자 루퍼트 머독은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2012년까지 자신이 거느린 회사의 탄소 배출량을 10%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폭스미디어 소속 주요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후보호 관련 메시지를 노출시키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열린 독립영화 축제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자신이
소유한 케이블 방송 ‘선댄스 채널’을 통해 ‘The
Green
‘ 채널을 신설했다. 다큐멘터리 전문 방송 ‘디스커버리’는 올해부터 기존 ‘디스커버리 홈
채널’을 ‘디스커버리 플래닛 그린’으로 이름을 바꾸고, 5천만 시청 가구를 대상으로 친환경 삶을 조명하는 ‘지구를 구하는 10가지 방법’
시리즈를 내보내기로 했다.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8월 환경전문 블로그 ‘트리허거닷컴
‘을 1천만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국내도 사정은 비슷하다. <블로터닷넷>은 2006년 9월 창간때부터
IT기업의 사회적
책임
‘ 코너를 통해 친환경 이슈들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전자신문>은 올해 핫 이슈의
첫 순서를 ‘그린IT’로 꼽고 연중기획 시리즈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아이뉴스24>도 연초부터 ‘이젠 그린IT다’ 시리즈를 집중
편성하고 있다.

‘세상을 비추는 창’들이 앞다퉈 친환경을 부르짖는 건 환영할 일이다. 허나 생각해볼
일이다. 왜 미디어들은 ‘그린’에 ‘올인’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슈 선점의 목적이 크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전세계 공통 관심사다.
‘친환경’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주제가 아니다. 미디어 입장에선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환경관련 문제들을 꾸준히 소개함으로써 공익성과
매체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 배후에는 물론 수익 증대에 대한 기대가 도사리고 있다. 친환경 관련 산업은 해마다
부풀어오르고 있다. IBM은 지난해 10월, 기존 식스시그마(6sigma) 경영혁신 기법에 친환경 경영기법을 접목한 ‘그린 시그마’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구글은 지난해 9월 기업 사회공헌 사이트 ‘Google.org‘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 관련기술 보유 업체에 1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교토의정서 이후 등장한 탄소배출권
거래소만도 전세계 10여곳이 넘는다.  

친환경 이슈를 선점하는 미디어는 자연스레 친환경 기업들이 쏟아내는 유·무형의 지분을
나눠갖게 된다. CNN은 다큐멘터리 ‘위기에 빠진 지구’를 4시간 분량의 영화로 제작해 4개 대륙 13개국에 수출했다. ‘친환경’은 곧 돈이다.
미국 부통령에서 환경 전도사로 변신한 엘 고어는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의 인기에
힘입어 노벨평화상 외에도 막대한 강연료를 덤으로 챙겼다.

다 좋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환경관련 인식을 개선시키고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는 원칙을
잃어선 안 된다. NBC는 지난해 ‘그린 위크’ 첫쨋날부터 웹사이트에 환경관련 방송을 소극적으로 배치하고 환경문제와 무관한 자동차 광고를
실었다가 빈축을 샀다. ‘친환경’을 절름발이 이벤트로 전락시켰다는 비아냥거림을 산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동안 대선후보들의 환경관련 공약을 소개한 미디어는 한 곳도 없었다.  

2008년, 미디어들은 여전히 ‘그린’을 목청껏 부르짖을 태세다. ‘친환경’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NBC의 시행착오는 좋은 거울이다. 다시, 문제는 진정성이다.


이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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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그린’을 부르짖는 미디어들”

  1. 냐냐

    저기요. 위에 Preil이 아니라 Peril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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