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왜’ 아닌 ‘어떻게’를 고민할 때”
2007. 11. 18 뉴스와 분석, 사람들 |
‘블로터 포럼’이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린다. 그동안의 게으름을 용서하시기
바란다.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블로터 포럼’의 주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목에 힘깨나 주는 주제다. 왜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에 입 달린
기업이라면 모두들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을 외친다. 이윤은 양보하더라도 사회공헌활동만은 외면하지 않을 태세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익을 앞세우는 훌륭한 문화를 갖게 되었는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그런데 한 꺼풀 속살을 벗겨보면 현실은 참담하다. 기업이 CSR을 앞세우는 이면에는
복합적인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기업은 손가락질하면 그만이다. 겉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앞세우며 뒤에서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일탈을 저지르는 기업이 버젓이 국내 대표기업입네 활개치는 세상이다. ‘합리적 무시’란 궤변으로 부도덕한 기업을 지원사격하는 언론까지 등장했다. 이게 정녕 우리 사회의 수준이란
말인가. 진정한 ‘민란’은 이럴 때 일어나야 하지 않나.
8번째 ‘블로터 포럼’이 이 시점에서 CSR을 얘기하려는 건 특정 기업의 허물을 들추기
위함은 아니다. 우리 사회, 국가 경제의 기반인 기업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쥬’의 의미를 차분히 성찰해보자는 뜻에서다.
CSR은 이제 기업에도, 일반인에도 낯설지 않은 용어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허나 올바른
CSR의 방향과 의미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모양새다. ‘이윤추구’란 기업의 가치를 앞세워 공적 책무를 외면하는 기업도 적잖다.
무엇이 진정한 사회공헌활동인가. 기업이 사회에 가져야 할 ‘책임’은 무엇이며, 내 몸에
맞는 CSR 활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총괄실장을 모셨다. 다음세대재단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보태 2001년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장소 : 블로터닷넷 사무실
초청자 :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총괄실장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총괄실장
블로터 : 안녕하세요.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간단한 발제 부탁드립니다.
방대욱 : 초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단계라 부족함이 많지만,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왜 할까’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참석하게 됐습니다. 먼저,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도록, CSR의 간단한
정의와 주요 현황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엘 바칸의 유명한 저서 <기업>(Corporation)은 기업을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합니다. ‘이익과 권력을 병적으로 추구하는 곳’이라고. 이 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Corporation>이란 다큐멘터리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제7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습니다. <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바라보는 ‘기업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클립 일부를 잠시 보실까요.(전체 다큐멘터리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추구라는 것. 그리고
기업은 자기 이윤에 도움이 된다면 자기 목을 조를 밧줄도 판다는 것입니다.
블로터 :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닙니까.
방대욱 : 맞습니다만,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예전에 한 대기업이 독극물인
페놀을 무단 방류해 지탄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온 국민이 먹는 라면을 공업용 기름으로 튀겼다가 들통난 사례도 있죠. 우리 사회가 자정 능력이
있다면 이런 기업들은 망하는 게 옳고, 당연히 망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버젓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기업 제품을
이용하는 윤리적 소비의식은 동반 성장해야 하는데, 실제로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부분이 취약한 편입니다.
블로터 :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기업의 입장은 어떤가요.
방대욱
사회공헌활동이 ①자본 축적과 사회적 정당성을 동시에 획득하기 위한 기업 생존의 필수요건이고 ②기업 이미지 제고로 장기적 이윤 추구를 위함이며
③규제를 미리 회피하기 위해서이고 ④외부 압력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를 듭니다.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쪽에서는 ①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지상 가치이며 ②제품만 좋다면 기업의 정서에 관계 없이 구매가 늘어날 것이고 ③사회공헌활동에 에너지를 낭비하다보면 재화의 순환을 더디게
하며 ④재화 생산이라는 기업 역할을 무시함으로써 다원화 사회를 위협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웁니다.
그런데 실제로 기업 사회공헌활동 담당자들이 내부에서 투쟁하는 주된 요인이 ‘우리가 왜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분이 밀튼 프리드먼이라는 유명한 경제학자인데요.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분인데, 이 분의 유명한 얘기가 있죠. “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
말인즉슨, 기업은 돈 버는 게 최고라는 건데, 아직도 이것이 기업의 일반적인 정서인 현실입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정반대 입장을 보이죠.
기업은 돈만 벌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블로터 : 그렇다면 기업 이윤도 높이면서 사회적 책임도 다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방대욱 :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결정할 때 대개 두 가지 메트릭스로 결정합니다. ‘기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입니다. 모든 CSR 담당자는 기업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높일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네이버가 ‘해피빈’을 왜 할까요. 플랫폼과 검색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니 시민사회단체를 한데 모아놓고 검색을 통해 제짝을 찾아주고자 함입니다.
다음이 ‘찾아가는 미디어 교육’을 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미디어를 표방하는 기업이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와 친숙해지면 다음에도 그만큼
친근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CRM(공익 연계 마케팅)을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종의 공익연계마케팅인데요. 효시는 아멕스 카드입니다. 아멕스 카드를 사용하면 일정액을 자유의 여신상을 보전하는 데 쓰겠다는
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멕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카드사가 되고 싶어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은 자유의 여신상입니다. 기업 이미지 제고와
공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식이죠.
블로터 : 그렇군요. 기업 사회공헌활동에도 단계나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방대욱 : 이론적으로 보면,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ABC’가 있습니다.
A는 ‘Altruistic’, 이타주의입니다. CEO가 길 가다가 거지를 보고 연민을 느껴
그 자리에서 적선하는 식입니다. 아직도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B는 ‘Business Focused’입니다. 기업 가치와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단계로 막 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B단계를 최고의 단계라 여기지만, 더 높은 단계가 있습니다.
C입니다. ‘Community Involved.’ 지역사회와 연계한 CSR입니다. 이
단계에선 CSR 자체가 기업의 목표로 자리잡습니다. 예컨대 B단계에서는 B2B 회사는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활동을 굳이 할 이유가
없습니다. 허나 C단계로 진입하면 기업의 하는 일과 상관없더라도 사회적 필요가 있으면 참여합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지역사회의 요구가 있으면 아동을 위한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블로터 : 그렇군요. 그런데 기업 입장에선 어느 정도 규모가 되었을 때 CSR을 시작해야
하는 건가요.
방대욱 : 기업마다 다르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 CSR을 하는 게 정석처럼 돼
있습니다. 예전에 모 벤처기업이 시작할 때부터 아예 매출액의 몇 %를 무조건 기부한다는 원칙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의 몇
%를 무조건 기부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식이었는데, 망했습니다. (웃음)
오히려 외국에 본받을 만한 사례가 있는데요. 유명한 영화배우 폴 뉴먼이 1982년에 창립한
‘뉴먼스오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블로터 : 진정한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군요.
<위키노믹스>란 책을 보면 정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환경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웹2.0 서비스의 공익적 개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와 IT기업이 일정 부분을 지원해서 공익적 서비스를 열어주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방대욱 :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게 사회적 요구에 입각한 사회적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만드는 것 자체가 크게 어려운 건 아닌데, 고민이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쪽에선 의식과 컨텐트는 있는데 툴을 만지는 능력이 부족하고, 툴을 다루는
쪽에서는 사회 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습니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겠죠.
블로터 : 시민단체들 중에선 기술이 딸리니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홈페이지
관리만 도와줘도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방대욱 : 오늘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다음세대재단과 함께 할 일이 없을까
물어봤더니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시더군요. 요즘 세상에 블로그나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 게 뭐 어려운 일인가 싶지만, 이 정도 수준인 곳도
있습니다. 간극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한 자원봉사자를 교육시켜
공부방 도배하는 일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일을 도왔는데요. 사흘 뒤 공부방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도배가 다 떴다고요. 저는 이런
걸 ‘자기학대적 자원봉사’라 부릅니다. 자기 반찬도 잘 못 만들면서 반찬만들기 봉사 나서고, 기름때도 못 빼면서 빨래 도우미 나서는 식입니다.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주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시선의 문제이죠.
블로터 :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CSR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방대욱 : 유명한 분의 말씀으로 대체하면 될 듯합니다. 아론 크레이머(Aron
Cramer)라고,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국제 조직의 회장이 있습니다. 이 분이 한국에
와서 발표하실 때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두 가지만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첫째, ‘Shift from Why to How?’ 이제 기업 사회공헌활동을 ‘왜’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끝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기업은 이미 뒤처진 기업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할 지를 논의할
때입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사회공헌팀이 왜 존재하느냐는 얘기는 이미 지난 논쟁입니다.
둘째, ‘Outside In→Inside Out’입니다. 예전에는 외부의 요구가 있을 때
부응하는 것이 사회공헌활동의 전형적 형태였다면, 이제 기업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꺼리’를 만들어 밖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다음세대재단도 이와
비슷한데요. 외부와 소통하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먼저 기획하는 활동도 많아졌습니다.
<블로터닷넷>에서도 ‘IT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코너를 고정 운영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게 <블로터닷넷>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입니다. IT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잘 했을 때 칭찬해주고,
IT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찾아주는 것, 자연스레 소통되는 장을 만드는 것이 돈을 기부하는 일보다 훨씬 소중한
사회공헌활동입니다. 좀더 욕심낸다면, IT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줄 기업을 적극적으로 중매하는
일까지 확대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블로터 : 긴 시간동안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세대재단과 <블로터닷넷>이 힘을 모아 역량과 능력에 맞는 사회공헌활동을 함께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협력 부탁드립니다.






2007-11-19 at 7:34 오후
기업 사회공헌 관련해서 일한지가 어언 10여년이 훌쩍 넘어간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나로선 처음 기업 사회공헌 조직에 들어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기업 사회공헌이라는 말조차 없었고… 연말…
2007-11-19 at 7:48 오후
역시 개떡같이 이야기했는데 찰떡같이 잘 써 주셨네요.. 이런 형식이였으면 강의 보다는 토론식의 얘기를 준비해 갈 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 사회공헌이 기업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를 동반 상승시키는 일임을 기업이나 비영리에서 같이 다시한번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블로터의 사회공헌 기대하겠습니다.^^
2007-11-19 at 7:49 오후
중간 부분의 CRM은 기업고객관리가 아니고…Cause-Related Marketing.. 즉 공익연계마케팅입니다. 수정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