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완성한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2007. 10. 01 디지털라이프, 삶/여가/책 |
1982년 어느날,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가본 적조차 손꼽을 정도로 생소한
영화관이란 곳에 앉아 생전 처음 본 외계인의 모습에 넋이 빠져 있었다. 몸뚱이만큼 커다란 머리에 왕방울같은 눈망울을 굴리며 손가락 끝에서 불빛을
발산하던 ‘ET’란 외계인은 어린 꼬마인 나에겐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영화를 본 뒤 한동안 친구들과 아파트 놀이터를 뛰어다니며 ‘식빵같이
생긴 ET의 머리~♪♬’를 불러대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러나 내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아니 사소한 우연의 힘에 이끌려, 혹은 실수로 다른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렸더라면 내 유년의 사고들은 지금과 전혀 다른 자양분을 빨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밀려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력적인 손길이 빚어낸 <ET>의 그늘에 가려 하마터면 세상이 알아보기도 전에
사라질 뻔했던 <블레이드 러너>를 그때 만났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1998년 교내 축제 기간중 상영회장에서 <블레이드 러너>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스스로를 회의하고 의심하기에 애초에 고뇌하게 만들어진 존재 데커드, 회색 콘크리트 건물과 네온사인의 부조화에 갇힌 암울한
도시들, 존재감을 상실한 리플리컨트와 무미건조한 인간의 충돌. 암울하되 매혹적인 미래 세계를 채우는 반젤리스의 몽환적 음악까지. 데커드가
리플리컨트인지 아닌지를 둘러싼 오랜 논쟁과 이에 대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해명은 영화의 해석학적 지평에 비하면 차라리 지엽적인 논쟁이
아닐까.
25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온 <블레이드 러너>가 이제 최종판을 내보일 모양이다.
지난 9월초 열린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Blade Runner: The Final Cut)이
10월5일 뉴욕 및 LA 극장가를 시작으로 잇따라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이번
파이널 컷은 이전 감독판보다 더욱 암울하고, 황량하며, 탐미적인 미래를 그려낸다. 감독인 리들리 스콧은 암울한 인류의 미래상을 현실과
오버랩한다. “요즘 시대에는 진정 인간다운 인간을 얼마나 만날 수 있는가?”
이번 파이널 컷은 실사 재촬영분을 추가하고 디지털 스캐닝으로 복원과 재편집을 거쳤다고
한다. 무엇보다 1982년 첫 개봉 당시 의도와 달리 잘라내고 들어냈던 줄거리 구조를 이번 파이널 컷에서는 감독 의도대로 복원했다는 점이
기대된다. DVD 출시 예정일은 12월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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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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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at 11:00 오후
ET는 1984년에 국내 개봉을 했습니다.
외국에 계셨다면 1982년에 보셨을테지만
국내에 계셨다면 1984년이 맞을 듯…